“종파분쟁 선동” 수니파(후세인 지지종파) 방송국 폐쇄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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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사형선고’의 여진으로 국제사회가 시끌시끌하다.

이라크에서는 종파 갈등이 폭발할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재판의 공정성과 미국 중간선거(7일) 이틀 전 판결이라는 미묘한 타이밍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미 정치권과 언론은 이번 판결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바쁘고, 인권단체들은 후세인 재판을 계기로 사형제 폐지론 확산에 나섰다.

▽폭풍 전 고요?=이라크 정부는 선고일인 5일 바그다드와 종파 분쟁이 우려되는 4개 주에 내렸던 통행금지령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이라크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수니파 계통의 TV 방송국 2곳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후세인 판결을 보도하면서 ‘국가의 안정을 해치거나 종파 간 분쟁을 부추기는 내용을 방송했다’는 이유에서다.

선고 직후 단발적인 저항 움직임이 있었으나, 아직 종파 간에 대규모 무력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통행금지령이 해제되는 순간 종파 분쟁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질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후세인 사형선고가 상징적 사건으로 작용하겠지만 종파 간 충돌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고,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확산되는 논란=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후세인 사형선고는 이라크에서 싹트기 시작한 민주주의와 (갓 출범한) 정부의 주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판결 날짜를 일부러 중간선거에 맞춘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완전히 정신 나간 소리다. 그런 식으로 진행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후세인 정권과 ‘원수 관계’였던 쿠웨이트와 이란, 이라크전쟁에 적극 동참한 영국, 그리고 호주와 일본도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반면 후세인 정권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 온 시리아, 후세인의 지원을 받아 온 팔레스타인 집권정파 하마스는 “재판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 “재판은 내정이므로 정치나 외부 상황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며 선고 과정에 의문을 표시했다.

로마 교황청은 사형이라는 처벌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은 “아무리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사형은 안 된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수준의 보복성 살해”라고 말했다.

국제인권연맹과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유럽회의도 같은 이유로 사형 판결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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