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민주당=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밤 백악관에서 ‘사무적인 태도’로 선거 결과를 지켜봤다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스노 대변인은 “선거 결과가 대통령이 좋아할 내용은 아니다”면서도 “부시 대통령은 일이 안 풀렸다고 부정적으로 사안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촌평. 부시 대통령은 8일 아침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초당적 협력을 제안할 예정이다.
▽당선자 이모저모=할리우드 출신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중간 개표 결과 58% 이상의 지지를 유지하면서 경쟁자인 민주당의 필 앤젤리데스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재선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40% 이하의 지지율로 재선 전망이 불투명하던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민주당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친 민주당-반 부시 정책을 편 끝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밥 케이시 민주당 후보가 부시 대통령의 측근이자 공화당 내 서열 3위인 릭 샌토럼 현 의원을 눌렀으며, 뉴욕 주의 힐러리 클린턴, 매사추세츠 주의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 등도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했다.
이라크전쟁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패배하고 무소속 출마한 조지프 리버먼(코네티컷 주) 상원의원은 50%의 득표율로 백만장자 출신의 정치 신인인 민주당 네드 러몬트 후보를 10%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여유 있게 당선됐다. 그는 민주당 재합류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역사상 두 번째 흑인 주지사로 기록될 민주당 디발 패트릭(50) 매사추세츠 주지사 당선자는 당선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시카고 변두리 빈민가에서 자란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실업가 겸 변호사로 활동하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인권 담당 법무 차관보에 임명됐다.
민주당 케이스 엘리슨(43) 미네소타 주 하원의원 당선자는 미국 의회 사상 첫 이슬람교도 의원. 변호사 출신으로 두 차례 주(州) 의원을 지낸 흑인 정치인이다.
경쟁 후보들은 반(反)이슬람 정서에 편승해 집요한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공화당은 그가 미국 내 과격 이슬람단체인 ‘이슬람 그룹의 나라’의 지도자 루이스 패러컨과 친분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엘리슨 당선자는 “종교나 인종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라며 의료보장제,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 등 정책을 앞세워 당선을 거머쥐었다.
▽‘제2의 플로리다 사태’ 될까=9일 오전 2시(한국 시간)까지 확인된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원의석은 각각 49석. 나머지 2석인 버지니아와 몬태나 주는 근소한 표 차로 뒤지던 공화당 후보들이 재검표를 요구하면서 99%까지 진행된 개표가 중단됐다.
그래서 투표 1개월 후에야 최종 결과가 확정됐던 2000년 대통령 선거 당시 플로리다 주의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버지니아 주에서는 민주당의 짐 웹 후보가 7800여 표 차로 공화당의 조지 앨런 현역 의원을 앞서가고 있다. 몬태나 주에서는 민주당의 짐 테스터 후보가 역시 현역인 공화당의 콘래드 번스 의원을 1700여 표 차로 앞선 상태다.
두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하원에 이어 상원도 민주당이 장악하게 된다. 하지만 한 곳에서라도 공화당이 역전에 성공할 경우 상원 의석은 동수가 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