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진출 외국기업, 이따라 뇌물 건네다 덜미

  • 입력 2006년 11월 10일 16시 51분


지난 주 베이징(北京) 시 제1중급 인민법원은 미국 IBM사로부터 22만5000달러(약 2억1013만 원)의 뇌물을 받은 장언자오(張恩照) 전 중국건설은행장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의료진단설비업체인 DPC의 자회사 톈진더푸(天津德普)는 1991년부터 12년간 중국 의사들에게 자사 의료기기를 선택해주는 대가로 162만3000달러의 리베이트를 줘오다 수사기관에 적발됐다.

2004년 12월 윈난(雲南) 성 대외무역경제합작청의 펑무위(彭木裕) 전 공산당 조직 서기는 부인을 통해 월마트로부터 10만 달러의 선물을 받았다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뇌물을 주다 적발되는 사례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고 홍콩의 친 중국계 신문 원후이(文匯)보가 10일 보도했다.

중국의 부패방지 감독기관이 최근 10년간 50만 건의 뇌물사건을 분석한 결과 무려 64%가 국제무역과 관련된 외국기업 또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자기업이 뇌물을 준 사건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은 중국 수출액의 5%인 500억~800억 달러가 매년 부패관리들에게 흘러들고 있다고 추정했다.

외자기업의 탈세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외자기업이 빼돌리는 세금이 연간 300억 위안(약 3조564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외자기업이 낸 소득세 1147억7693만 위안의 26.1%에 이르는 거액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총 세입이 3조865억 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마땅히 받아야 할 세금 1%가량이 외자기업에서 줄줄이 새나간 셈이다.

중국 부패방지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은 외자기업의 뇌물 관행을 근절하려면 중국 관리들의 감독, 관리 및 교육도 중요하지만 뇌물을 주고 특혜를 얻으려는 외자기업의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뇌물사건의 상당수가 중국 관리의 요구가 아니라 관리를 '뇌물의 늪'에 떨어뜨리려는 외자기업의 끈질긴 공세에 따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자기업의 뇌물수수 행위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쪽은 중국 국내기업"이라며 "공정한 경쟁원칙을 파괴하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외자기업의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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