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주에 사는 수지 호로위츠(여) 씨는 5세 때 여읜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기억나는 것은 저와 당시 두 살배기였던 동생을 안아 주던 두 팔뿐”이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우리는 아이다호 네바다 등 수없이 이사를 다녔고 엄마는 한때 알코올에 의존하기도 했어요. 아버지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하면, 잃어버린 시간들을 생각하면 항상 눈물이 나요. 아버지, 25세란 나이는 세상을 떠나기엔 너무 젊은 나이잖아요.”
캘리포니아 주의 제니스 큐란(여) 씨는 “결혼식이나 아이가 태어난 날처럼 기쁜 날이면 더 견디기 어려웠어요. 아버지가 포로로 잡혀서 ‘우리 가족이 나 없이 어떻게 살아갈까’ 하고 안타까워하셨을 걸 생각하면…”이라며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전 프로젝트’는 텍사스 주 댈러스에 사는 테드 바커 씨가 동생 할과 함께 11년 전부터 사비를 털어 운영해 온 사이트다. 영업사원과 목수 출신으로 평범한 시민인 두 형제도 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다.
바커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여섯 살 때 해병대 대위로 참전했던 아버지는 헬기가 격추돼 허리를 다쳤다. 전쟁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이제 너와 야구를 할 수가 없구나’라고만 하실 뿐 전쟁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전쟁의 상처가 준 심적 충격이 그만큼 컸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을 빼놓고 아버지의 인생을 말할 수 없는데도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돼 버렸다는 생각에서 1984년 지금의 단체를 조직했다. 홈페이지는 1995년에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해럴드. 자네와 호수에서 놀다가 라디오에서 북한이 한국을 침공했다는 뉴스를 들었지. 자네는 ‘거기가 어디야?’라고 물었지. 그 직후 자원해 전쟁터로 달려간 자네에게 보내 주던 지역신문이 어느 날 ‘수취인 작전 중 실종’이란 도장이 찍혀 돌아왔고, 난 자네 집으로 달려가 자네 어머니와 부엌에서 한없이 울었다네….”(로버트 푸오코 씨의 편지)
“47년 만에 자네 딸과 가족을 만났네. 나는 여섯 자녀를 두었고 17명의 손자 손녀, 6명의 증손자가 있네. 나는 좋은 인생을 살았지만, 집에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걸세.”(데니스 스코트하임 씨의 편지)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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