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이후…민주당 속 보수 ‘네오뎀’이 뜬다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0분


11·7 미국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 내에 보수적 성향의 네오뎀(Neo-Dem·신민주) 또는 뉴데모크래츠(New Democrats) 그룹이 향후 정치 지형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반면 공화당에선 네오콘(Neo-Con·신보수주의) 세력이 가고 공화당 정통파가 컴백하고 있다.

미국의 우월성과 종교적 신념을 강조하는 극단적 보수파가 네오콘이라면, 네오뎀은 진보적 색채의 기존 민주당 노선과 달리 국내 정책에선 보수적 성향을 지니는 중도파로 분류된다. 네오콘이 외교에 치중한다면 네오뎀은 국내 문제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네오뎀은 이라크전쟁에는 반대하지만 총기 소유에 찬성하며 낙태를 반대하고 줄기세포 연구에도 부정적이다. 세금 인상에도 반대한다. 반전(反戰)을 제외하곤 대부분 공화당의 정책 기조와 비슷하다.

○ 떠오르는 네오뎀

대표적인 인물로는 버지니아 주의 짐 웹 상원의원 당선자.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해군장관을 지낸 그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오직 이라크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출마했다”고 밝혔다.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그를 찍었다.

이 밖에 존 테스터(몬태나) 상원의원, 히스 슐러(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 당선자가 꼽힌다. 두 사람은 낙태에 반대하고 총기 소유를 옹호한다. 밥 케이시(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당선자는 선거 유세 기간에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선거참모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에 버금가는 민주당 전략가로 일컬어지는 램 이매뉴얼 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위해 보수적 인사들을 끌어들여 공화당 텃밭인 남부와 중서부 지역 후보로 집중 투입했다.

이들 네오뎀은 당내에선 친(親)공화당 계열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이제 민주당 전체 의원 중 20%를 차지하는 무시하지 못할 세력이 됐다.

이들은 민주당의 중도파 모임인 ‘신민주당원 연합(New Democrat Coalition)’이나 ‘블루 도그(Blue Dog) 연합’과 같은 노선을 걷고 있다. 1995년 결성된 블루 도그 연합은 경제와 사회 정책에서 중도보수를 표방해 1998년 중간선거 승리의 주역이 된 그룹이다.

네오뎀은 하원의장을 맡을 낸시 펠로시 의원 등 고참 진보파들과는 성향이 매우 달라 충돌할 가능성도 높다. 영국 더 타임스는 “민주당 지도부가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민주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망했다.

이들의 영향력은 곧 2008년 대선을 향한 민주당의 노선과도 직결돼 있다. 시사주간 뉴스위크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0%는 민주당이 중도 노선을 걸을 것으로 예상했다. 진보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보다 적은 34%로 나타났다.

블루 도그 연합은 그동안 스스로 중도를 대표하는 인물로 이미지 관리를 해 온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집중 공략 대상이기도 하다. 클린턴 의원의 경쟁자로 떠오른 버락 오바머 상원의원 역시 사회적 보수주의 세력과 중도파 끌어안기에 주력하고 있다.

○ 네오콘의 퇴조

공화당에선 네오콘 그룹이 급격히 퇴조하고 공화당 정통파를 자처하는 인물들이 다시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당장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대타로 투입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내정자나 ‘이라크 스터디 그룹’의 공동대표인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측근들로 합리적 보수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나아가 공화당 내에서 다시 차기 대선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와 복음주의 기반을 강조하는 네오콘 이념에 저항해온 공화당 중도파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이라크 병력 증강, 테러용의자 고문 반대를 주장하며 공화당이 아닌 무당파처럼 활동해 온 매케인 의원이나 3차례의 결혼 경력 때문에 보수적 이미지가 많이 훼손된 줄리아니 전 시장에겐 이번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가 새로운 기회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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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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