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워진 부시…오늘 초당적 모임 ‘이라크연구그룹’ 면담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0분


미국 민주당에 압승을 안긴 중간선거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유연하게 변신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13일 ‘이라크 스터디그룹(ISG)’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새로운 이라크 정책을 모색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딕 체니 부통령,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공화당 측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민주당 측의 리 해밀턴 전 하원의원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초당적 성격의 ISG 위원들을 만난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경질과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 퇴조에 못지않은 의미 있는 변화다.

‘미스터 픽스 잇(Mr. Fix-it·해결사)’으로 불리는 베이커 전 장관은 아버지 조지 부시 행정부 때의 걸프전 당시 이라크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를 만들어냈다. 또 2000년 대선 때 재검표 파동이 일어나자 플로리다 주 공화당 선거대책본부장으로 부시 후보를 살려낸, 말 그대로 공화당의 해결사였다.

해밀턴 전 의원은 미 의회의 ‘9·11 진상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인물. 민주당의 ‘미스터 정체성(Mr. Integrity)’으로 이름이 높다.

ISG 위원으로는 공화당 측에서 샌드라 오코너 전 대법관 등 4명, 민주당 측에서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 4명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3월 출범한 ISG는 다음 달 ‘베이커 해밀턴 보고서’를 통해 부시 행정부에 새 이라크 정책을 제안할 계획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의 패인이 이라크 문제였다는 점을 인정하고 초당적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 중인 ISG의 제안을 적극 받아들일 것이라며 ISG에 무게를 실어 준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의지는 이미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로버트 게이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새 국방장관으로 지명하면서 “이라크 전략에 대한 참신한 전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과 ISG 위원들의 13일 회동은 미국의 이라크 정책 전환뿐 아니라 중간선거 이후의 전반적인 대외정책 변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워싱턴 정가는 물론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다.

그러나 ‘베이커 해밀턴 보고서’가 뾰족한 해결책을 담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ISG 소식통을 인용해 궁극적으로 ISG가 내놓을 제안은 새로운 게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이츠 국방장관 내정자가 체니 부통령과 같은 강경파의 목소리를 제압할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한 반론도 있다.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 철수나 감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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