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안, 일심회 의혹 북한국적 비밀아지트 집주인 수배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0분


중국 공안이 최근 주인을 수배한 베이징 교외의 북한 공작원 비밀 아지트. 인근 주민들은 “경찰이 집주인을 찾기 위해 최근 여러 차례 다녀갔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중국 공안이 최근 주인을 수배한 베이징 교외의 북한 공작원 비밀 아지트. 인근 주민들은 “경찰이 집주인을 찾기 위해 최근 여러 차례 다녀갔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중국 공안이 최근 베이징(北京) 교외에 있는 북한 공작원의 비밀아지트 주인을 전국에 수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아지트가 위치한 차오양(朝陽) 구 솽차오둥(雙橋東) 로 둥쉬화위안(東旭花園)의 관리사무소와 아지트 주변 주민들은 경찰이 최근 집주인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다녀갔다며 “경찰이 집주인을 전국에 수배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빌라 관리사무소가 비치한 입주자 명단에 집주인은 ‘황명정(黃明正)’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실제 거주자가 북한 국적의 ‘김성민(金成民)’이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성민이라는 이름은 입주자 명단 비고란에 연필로 쓰여 있었다. 가명인지 실명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주민들은 김 씨가 적어도 2002년 이전부터 이곳에 살았다며 “처음 관리사무소에 입주자로 신고한 사람은 ‘황명정’이 맞다. 황 씨와 김 씨 모두 북한 국적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입주자 등록 당시 전화번호란에 이 지역의 국번인 ‘8537’만 적어 처음부터 신분을 감추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빌라 관리사무소 측은 “김 씨의 아내로 보이는 40대 여자가 지난달 초 2006년도 아파트 관리비 2400위안(약 28만5000원)을 냈다”고 말해 이들이 ‘일심회’사건이 터지기 직전인 지난달 초까지도 아지트에서 거주한 사실을 확인했다.

아지트 주변 주민들은 “부부로 보이는 40대 남녀는 중국말을 전혀 할 줄 몰랐으며, 부부의 아들로 보이는 고교생은 중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아지트로 쓰인 빌라 마당은 깔끔하게 청소가 돼 있었던 지난달 29일과는 달리 마당 구석에 낙엽이 어지럽게 뒹구는 등 최근에는 사람이 살지 않은 흔적이 뚜렷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 깨끗했던 자전거 안장에도 비온 흔적과 함께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현관 앞에 있었던 농구공이 없어지고 활짝 열려 있었던 현관 옆 차고가 굳게 닫혀 있어 2주 사이에 누군가 다녀간 것으로 짐작됐다. 차고로 통하는 문고리에도 예전에 없던 길이 1m의 노끈이 새롭게 달려 있었다.

주민들은 “주인 가족이 지난달 중순부터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 계속 찾는 것으로 보아 어딘가로 도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파출소 관계자는 “이 사건을 전담하는 경찰관이 이미 배정된 상태”라면서 “집주인의 정식 수배 여부와 혐의 내용은 당사자나 가족이 아닌 한 알려줄 수 없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국정원 일심회 수사기록 77만쪽▼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송찬엽)는 12일 장민호(44·구속) 씨 등 ‘일심회’ 사건 관련자 3명의 신병과 함께 국가정보원에서 넘겨받은 수사기록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기록과 압수물 분량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며 “국정원이 이들에게서 압수한 컴퓨터 디스켓 및 휴대용 저장 장치인 USB의 복사본과 길게는 10여 년간 모은 조사·내사자료 등 기록이 무려 77만 쪽에 이른다”고 밝혔다.

13일 최기영(41)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등 2명의 기록까지 송치되면 일심회 사건 관련 자료는 모두 100만 쪽에 육박할 것으로 검찰은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300쪽짜리 책 3000권이 넘는 산더미 같은 증거자료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암호화된 문건 등 용의점이 있는 자료와 일반 서류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갖춘 단서나 정황을 찾아내려면 모든 자료를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서울중앙지검은 공안1부 검사 6명 전원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 공안2부 소속 검사와 공안 수사 경험이 있는 다른 부서의 인력까지 보강해 수사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피의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점, 변호인단이 피의자 접견 및 신문 참여 문제로 “변호인의 조력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공안 당국을 압박하고 있는 점,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점도 수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검찰은 우려하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