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PKO는 수단 다르푸르, 레바논 등 전 세계 분쟁지역에 파견돼 평화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유엔 소속의 병력. PKO 활동을 하면 병력 개인별로 상당한 봉급이 나오기 때문에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등 주로 저개발 국가에서 많은 병력을 파견하고 있다.
서방 국가에서는 올해 10월31일 기준으로 프랑스가 모두 2029명으로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했다. PKO 임무를 총괄하는 장 마리 게에노(Jean-Marie Guehenno·어문연구팀 참조하세요) 유엔 사무차장도 프랑스 출신.
그런데 미국이 PKO 담당 사무차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 PKO 소속으로 활동 중인 미군은 모두 합쳐도 303명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물론 이탈리아(1559명)나 독일(1191명)에 비해서도 적은 병력이다.
그동안 PKO 업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미국이 갑자기 PKO 담당 사무차장 자리를 노리면서 유엔 주변에서는 '이라크 철군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엔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PKO를 주도하면 이라크 주둔 미군은 철수한 뒤 이를 PKO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할 때 아주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라크에서 미군의 명예로운 철수를 앞두고 추진 중인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이 같은 해석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PKO 예산을 많이 부담하는 만큼 PKO 담당 사무차장을 맡는 게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 미국은 매년 PKO 예산의 27%를 부담하고 있다. 그 뒤를 일본(19%)이 잇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장 마리 게에노 사무차장에 이어 또 다시 자국 인물의 연임을 계획하고 있다. PKO 담당 사무차장 인사권은 최종적으로는 반기문 사무총장 내정자가 내년 취임 이후 행사할 전망이다. 반 내정자로서도 상당한 고민이 예상된다. 반 내정자는 또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는 과정에서 미국에 적지 않은 신세까지 졌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엔의 한 소식통은 "만약 PKO를 이라크에 파병하는 방안이 본격 진행된다면 위험지역에 병력을 파병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유엔 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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