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선고 中은행가 “내 첫사랑과 똑같게 얼굴 수술해”

‘문란한 사생활’은 중국 부패 관리들의 공통된 특징. 그러나 류진바오(劉金寶·54) 전 중국은행 홍콩 주재 총재의 행각은 특히 엽기적이었다.

고교 시절의 첫사랑을 잊지 못한 나머지 그는 여비서가 첫사랑의 연인과 똑같이 보이도록 성형수술을 시켰고, 그녀에게 빠졌다가 결국은 그녀 때문에 사형을 선고받았다.

19일 홍콩 언론에 따르면 그의 비극은 고교 시절 천천(陳晨)이라는 동창생을 짝사랑한 데서 시작됐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연애편지를 보냈지만 천천은 남들 앞에서 그 편지를 찢어 버렸다. 크게 상처받은 그는 그날부터 공부밖에 모르는 사람이 됐고, 36세에 중국은행 상하이(上海) 주재 부행장으로 출세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성공한 뒤 찾으려던 천천은 이미 해외로 이주해 그에게 낙담을 안겨 주었다.

1993년 상하이은행 행장 대리로 승진한 그의 앞에 우연히 천천과 빼닮은 린링(林凌·가명)이라는 여직원이 나타났다. 류 씨는 그녀를 비서로 임명했다. 유부녀였던 린 씨는 돈과 권력에 무너졌다. 이후 류 씨의 출장에는 늘 린 씨가 동행했다.

그래도 부족함을 느꼈던 류 씨는 린 씨에게 어느 날 “천천은 너보다 턱이 좀 갸름했고 엉덩이도 작았다. 한번 성형수술해 보겠느냐”고 제안했다.

거부할 경우 돈줄을 잃을 수도 있어 린 씨는 류 씨의 동창생에게서 천천의 옛 사진을 얻은 뒤 10여 차례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 영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았다. 류 씨는 그녀에게 수술비로 400만 위안(약 4억7000만 원)을 대주었다.

린 씨는 또 불법 대출을 받아 모두 18억 위안(약 2150억 원)의 이득을 보았고, 이로 인해 류 씨가 국가에 끼친 손실은 5억4500만 위안(약 650억 원)이 됐다. 류 씨는 지난해 8월 사형과 함께 쓰환(死緩·2년간 추가 범죄가 드러나지 않으면 무기징역으로 감형되는 것)을 선고받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