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전 장관은 이날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군사적 승리'란 말이 이라크 정부가 민주적 정치 과정을 통해 내전과 분파간 폭력을 통제하는 걸 의미한다면 난 그런 건 가능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이라크 사태에서 진전을 원한다면 이란을 포함해 이라크의 인접국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키신저 전 장관은 그러나 "국제적 합의 없이, 문제를 부분적으로라도 해결하지 않고 미군이 성급히 철수하는 것은 이라크에 비참한 재앙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시아파 인구가 많은 인접국까지 수년간 불안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라크 전략을 수정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대안이 군사적 승리와 전면 철군 둘 중 하나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중도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현실정치(realpolitik)의 주창자로 민주당 반전론자와 공화당 매파로부터 동시에 비판을 받아왔지만 부시 대통령에게 정기적으로 이라크 문제를 자문해왔다.
그러나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ABC 뉴스에 출연해 "역사상 군사적 해결 없이 정치적 해결은 없었다"며 '이라크에서 군사적 승리는 불가능해졌으므로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키신저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매케인 의원은 "이라크 미군이 잘못된 정책을 위해 싸우고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단기적으로 이라크 미군을 증강해 대처하지 않으면 패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내년 새 의회에서 상원 군사위원장을 맡을 민주당 칼 레빈 상원의원은 거듭 '이라크 주둔 미군의 4~6개월 내 철수 시작'을 주장하면서 이를 통해 이라크 정치 지도부가 종파분쟁을 끝낼 정치적 타협을 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하원에서 민주당의 원내대표로 활동할 스테니 호이어 의원도 이라크 상황은 군사력을 더 많이 투입한다고 해결될 상황은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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