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역사상 '처음'이라는 각종 기록을 세우며 총리에 취임했다. 독일 역사상 첫 여성 총리, 옛 동독 지역 출신의 첫 총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태어난 세대로는 첫 총리….
화려한 등장에 걸맞게 인기도 높았다. 임기 초반 지지율은 80%를 웃돌았다. 그러나 최근 여론 조사에서 메르켈 총리의 업무 수행에 대한 만족도는 55%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만에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
취임 1주년을 맞아 독일 언론들은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 추락을 다양한 분석과 함께 설명했다.
각종 지표와 수치만 놓고 보면 1년간 성적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실업률이 4년 만에 처음 10%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경제 성장은 2.3%로 예상돼 지난해 0.9% 성장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재정 적자폭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포르사가 실시한 1주년 기념 설문조사에서 독일인의 78%는 '정부가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슈피겔지는 "메르켈 총리에게 지나친 기대를 했던 사람들이 기대에 못 미치자 등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부이니만큼 강력한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우파인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좌파인 사민당은 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다퉜다는 것. 협상에는 늘 시간이 걸렸고 일부 정책은 '물타기'로 본래 취지를 상실했다.
이런 과정에서 메르켈 총리는 작은 실수도 하지 않으려고 매사를 '신중하고 느리게' 결정했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메르켈 총리는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는 독일인들의 바람을 채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부가가치세를 16%에서 19%로 올리기로 결정한 것과 건강보험 개혁에 따라 개인의 부담금이 늘어난 점도 정부에 대한 반감을 높였다.
대외적으로 메르켈 총리는 활발한 외교활동으로 유럽연합(EU)에서 독일의 위상을 높였다. 미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발전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아직은 국제 사회에서 큰 영향력은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내년 상반기에 EU 의장국이면서 선진 8개국(G8) 의장국이 된다. 메르켈 총리가 이 기회를 활용해 국제 사회의 실세로 부상할 수 있을지, 이를 통해 독일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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