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95년 영국 외무장관을 지낸 더글러스 허드는 24일 파이낸셜 타임스(FT) 기고문에서 미국과 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없이 이라크를 침공한 사례 등을 들어 "오늘날 최악의 정치적 재앙은 유엔이 유명무실한 존재가 된 데 기인한다"며 차기 사무총장에게 이같이 주문했다.
허드 전 장관은 "반기문 차기 총장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유엔이 허약해지고, 분열되고, 관료화됐음을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면서 반 차기 총장이 앞으로 어떻게 유엔을 이끌어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코피 아난 현 총장은 (분쟁에) 인도적 차원에서 개입하는 등 소소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거의 혼자 힘으로 유엔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했다"며 "반 차기 총장은 아난 총장의 '외로움'을 50년 전 수에즈운하 침공 당시의 '지지'와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에즈운하 침공은 1956년 10월 이집트의 수에즈운하 국유화에 대응해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격한 사건이다.
허드 전 장관은 "당시 유엔은 불과 며칠 만에 비상군을 조직하고 당사자인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이집트로부터도 유엔군 개입에 동의를 이끌어냈다"며 "1956년 유엔 비상군은 미국 주도로 조직된 게 아니라 다그 함마슐트 당시 사무총장과 열렬한 지지자들의 주도 아래 유엔 사무국의 능력가들에 의해 수행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 차기 총장이 이러한 건설적 리더십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며 "이러한 고심 없이 혼자 힘으로는 유엔을 공고히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끝으로 "유엔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은 그들에게 요구되는 이상적 사고와 행동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사려 깊은 전문관료로서의 명성을 감안했을 때 반 차기 총장이 폭넓은 사고를 갖기도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함마슐트 총장 역시 취임 초기에는 그러했으나 몇 년이 지나자 유엔에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격려성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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