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4일 한국산 닭고기 수입을 중지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은 이날 “한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의심되는 바이러스로 닭 6000마리가 폐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한국 측에 상세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전역의 국제공항과 항만 등의 동물검역소에서는 23일부터 한국산 닭고기에 대해 수입검역증명서의 발급을 중단했으며 공항에서는 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의 신발 밑창을 소독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이 수입하는 한국산 닭고기는 연간 약 1500t에 이른다.
○ 자치단체 검역 비상
전북 익산시의 종계장에서 의사 AI가 발생한 후 각 자치단체는 확산을 막기 위해 비상대책상황실을 설치하는 등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전국 각 시도는 닭 사육농가에 생석회를 공급하고 소독약 구입을 늘리는 한편 주요 도로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익산 지역에서 생산된 닭과 달걀의 이동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또 충남 천수만과 경기 시화호, 파주시 임진강, 강원 철원군, 전남 영산호 순천만 등 주요 철새 도래지 주변 지역에서는 철새에 의한 AI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들판을 소독하는 한편 수시로 철새의 분변을 채취해 검사하고 있다.
충남은 익산의 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에서 분양받은 병아리를 기르고 있는 9개 농가 35만 마리를 샘플 검사했고 전남도 하림에서 온 134개 농가의 닭에 대한 예찰과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
○ AI 유사신고 잇따라
전국 양계농가에서 닭이 AI에 걸린 것 같다는 유사 신고도 잇따랐다.
경기 평택시 오성면의 한 닭 농장 주인이 21일부터 키우던 닭 200마리가 사흘 동안 폐사했다고 23일 경기도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검사 결과 폐사 원인이 전염성이 적은 저병원성 AI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한편 전북도는 의사 AI가 발생한 익산시 함열읍 종계장에 남아 있는 닭 7000여 마리를 25일 도살 처분해 땅에 묻고 이 농장에서 생산돼 현재 부근 낭산·삼기부화장에 보관 또는 부화 중인 달걀 600만 개도 폐기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바이러스가 진성으로 판정나면 발생 농가에서 반경 500m 안에 있는 6개 농가 23만6000마리의 닭을 우선 도살 처분할 계획이다.
익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미국 쇠고기의 굴욕
정부는 지난달 말 국내에 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검역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농림부는 올해 초 수입 재개 합의 후 처음으로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미국산 쇠고기 8.9t을 검사한 결과 한미 양국 정부의 합의에 어긋나게 손톱만 한 뼛조각이 발견돼 이같이 조치했다고 24일 공식 발표했다. ▶본보 24일자 A12면 참조
미국산 수입 쇠고기서 뼛조각 발견…9.3t 전량 반송 불가피
한미 양국은 당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합의하면서 ‘30개월 미만 소의 뼈를 제거한 살코키’만을 수입하기로 한 바 있다.
농림부는 “이번에 들어온 물량은 전량 반송 또는 폐기되고 이 쇠고기를 도축한 미국 작업장은 앞으로 한국행(行) 쇠고기를 다룰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반송과 폐기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화주(貨主)인 수입업체가 결정한다.
○ 뼛조각 검출
강문일 농림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의 브리핑을 통해 “X선 이물질 검출기로 검사한 결과 23일 두 덩어리의 살치(소의 갈비 위쪽에 붙은 고기) 사이에서 4mm×6mm×10mm 크기의 뼛조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뼈가 없는 부위인 살치에서 뼛조각이 나왔고, 두 덩어리의 고기 사이에 끼어 있었던 것으로 볼 때 기계톱으로 자르는 과정에 들어간 게 아니라 포장 등을 할 때 갈비나 다른 부위의 뼈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내용을 23일 주한 미국대사관에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 광우병 우려 공방
올해 1월 한미 양국이 합의한 위생조건에 따르면 국내 수입업체는 미국산 쇠고기 가운데 ‘생후 3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만 수입할 수 있다.
미국은 최근 뼛조각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뼛속에 든 골수에 광우병을 일으키는 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는 일부 학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뼛조각까지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
○ “미국산 쇠고기는 계속 전수검사”
이번 불합격 판정에 대해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뼛조각이 발견된 것은 명백한 위생조건 위반이므로 미국도 별 이의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와 검역원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계속 전수검사를 하기로 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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