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집권 2기를 맞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사진) 브라질 대통령이 토해낸 자아비판이다.
룰라 대통령은 23일 전국 주지사 당선자 17명과 오찬 회동을 갖는 자리에서 “이제는 국가원수로서 친구가 아니라 각 분야의 최적임자를 찾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는 “누군가를 어떤 자리에 앉히는 것은 쉽지만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기는 어렵다”며 “정부를 확실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골라 기용하는 것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자아비판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2003년 초 1기 정부 출범 당시 그는 전체 각료 33명 중 19명을 진보 성향의 노동자당(PT) 인사들로 채웠다. PT는 룰라 대통령이 1979년 만든 당이다. 그러나 19명 중 상당수는 부패 의혹에 연루돼 자리에서 물러났고 대선과 함께 실시된 주지사 및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살아 돌아온 사람은 8명뿐이다.
지난해 여름 PT가 80여 명의 야당 의원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하는 등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룰라 대통령은 대선 이후 거의 매일 원로들과 당내외 인사들에게 새 정부 인선 문제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지난해 야당 의원 매수 스캔들이 터진 후 당시 최대 야당이었던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 의원 3명에게 각료직을 내주며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룰라 대통령은 이번엔 가장 대립이 심했던 사회민주당(PSDB) 인사들까지 어우르는 ‘대연정’을 구상하고 있다.
이번 주지사 당선자 오찬 자리에는 PSDB 소속 당선자들도 다수 참석했다. 현재 의회 다수당인 PSDB는 룰라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고 연정에 참여할 뜻을 밝힌 상태. 하원 89석, 상원 18석을 차지하고 있는 PSDB가 힘을 보탤 경우 경제개혁을 위한 각종 법안의 국회통과가 가능하다.
룰라 대통령은 당선 이후 경제자문팀에 투자 증대와 경제성장률 5% 달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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