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밀린 ‘400년 매춘천국’…암스테르담 홍등가 쇠락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젊은 층이 전통적인 성매매 업소를 기피하면서 홍등가가 쇠락하고 있다. 암스테르담=금동근  특파원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젊은 층이 전통적인 성매매 업소를 기피하면서 홍등가가 쇠락하고 있다. 암스테르담=금동근 특파원
지난 주말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중앙역 앞 도로에서 골목으로 접어들어 조금 걷다 보니 붉은 조명이 새어 나오는 창문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골목이다.

자정에 가까운 늦은 시간인데도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골목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속옷 차림의 성매매 여성들은 손짓과 눈짓으로 바로 코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했다. 하지만 행인들은 대부분 관광객. 성매매 여성들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훑어 볼 뿐 업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술에 취한 채 큰 소리로 떠들며 지나가다 호기롭게 업소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러나 흥정에 실패했는지 이내 나왔다.

홍등가의 풍경은 예전과 많이 달라보였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성매매 업소에 뒤섞여 있는 ‘섹스 라이브 쇼’ 업소 앞을 지나가도 예전과는 달리 호객꾼이 따라붙지 않았다. 주요 골목에서 약간 벗어난 곳의 성매매 업소 앞길은 관광객조차 지나다니지 않아 붉은빛이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커튼이 쳐진 한 성매매 업소의 창문에 붙은 광고가 이곳의 분위기를 잘 말해 주고 있었다. ‘방 내놓습니다(Windows to let).’ 비슷한 광고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1999년에 비해 성매매 여성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성매매 여성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에 따르면 최근 성매매 여성들은 최고 하루 16시간씩 고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매로 벌어들이는 돈은 건당 50유로가 평균이지만 어떤 업소에선 30유로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홍등가가 쇠락하고 있는 것은 이런 전통적인 방식의 성매매 업소에 젊은 층의 호감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사지 살롱 같은 ‘고급스러운’ 업소가 많이 생겼고 특히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암스테르담 시 당국은 가뜩이나 위축된 홍등가에 최근 철퇴를 내리쳤다. 인신매매, 탈세, 마약 거래 등에 연루된 업소 100여 곳의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한 것. 내년 초면 전체 업소의 3분의 1 정도가 문을 닫아야 한다.

업소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시 당국은 “암스테르담에는 성매매 업소 말고도 관광거리가 많다. 홍등가가 축소된다고 해서 관광객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네덜란드가 해상 무역으로 이름을 떨치던 1600년대 초부터 자리 잡았다.

암스테르담=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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