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공개(IPO)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해 온 뉴욕은 이제 런던과 홍콩에 뒤진다.
지난해 전 세계 IPO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20개 기업 중 단 1개 기업만 뉴욕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나머지 기업은 런던과 홍콩에서 자금을 확보했다. 전체 IPO시장 실적 규모에서도 런던은 올해 들어 뉴욕을 따라잡았다.
2004년까지만 해도 뉴욕의 IPO시장 규모는 런던의 5배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뉴욕에서는 월가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중국 등 개발도상국가가 급성장하면서 홍콩 등 인접 금융시장이 동반 성장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해석과 함께 규제 강화를 경쟁력 하락의 이유로 꼽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이 엔론 회계부정 스캔들 이후 만든 사베인-옥슬리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신규 상장을 앞둔 많은 기업이 뉴욕 증시를 피하고 있다는 것.
다른 나라에서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주주 집단소송에 따른 기업의 부담도 큰 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기업들은 집단소송 타결을 위해 35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1995년에 그 비용은 1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올해 1∼9월 미국 기업 11개는 아예 뉴욕상장을 포기하고 런던 증시에 직상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에서는 독립기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사베인-옥슬리법을 일부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체 금융시장에서 뉴욕의 영향력은 여전히 최고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이뤄진 주식 거래의 46%가 뉴욕에서 발생했다. 이는 일본의 11%와 영국의 9%, 그리고 홍콩의 1%에 비해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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