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연예인, 종교인 가리지 않고 유명인사들이 줄줄이 참회의 몸짓으로 고개를 숙였다. 사죄 방식도 ‘실수라며 둘러대기’, ‘동정 유발하기’, ‘책임 전가하기’ 등 다양했다고 이 통신은 분석했다.
▽실수라고 둘러대기=잘못된 행동에 대해 사과는 하지만 본심은 아니었다고 강조하는 유형. 유대인 비하 발언을 한 영화배우 멜 깁슨, 흑인을 ‘검둥이’라고 놀려댄 코미디언 마이클 리처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주로 순간의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해 실언을 했다고 주장한다. “공부 못하면 이라크 가서 고생한다”는 군인 비하성 발언을 했다가 “원고를 잘못 읽었다”고 변명한 존 케리 미국 상원의원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책임 전가하기=잘못의 원인을 ‘네 탓이오’로 돌리는 스타일. 미성년 남자 사환에게 음란한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다 들통이 나 사임한 마크 폴리 전 하원의원은 “어릴 적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낸 패트릭 케네디 하원의원은 “젊었을 때 당한 사고 후유증 때문에 약물을 사용했다”고 변명했다.
전문가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지도급 인사가 넘쳐나는 가운데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심리치료 등 교정 방안을 찾는 용기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죄도 비즈니스?=문제는 사과가 남발되다 보니 진정성이 의심받는다는 것. 로저 로젠블래트 타임지 칼럼니스트는 “참회를 중시하는 현대인은 다른 사람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사과만 하면 쉽게 용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유명인들은 ‘실수→사과→교정’의 과정을 밟는 것을 일종의 ‘비즈니스’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사과에 집착하다 보면 잘못된 행동을 개인적 결함으로 돌려 버리기 쉽다는 것도 문제다. 제리 해런 웨인주립대 교수는 “유명인들의 사과 행렬 이면에는 권력 남용, 성·인종 차별, 빈부 격차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지만 사과를 했는지에만 관심을 쏟다 보면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을 잊어버리기 쉽다”고 지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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