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여 父情을 전해다오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오리건 주 에서 실종된 재미 한인 제임스 김 씨가 두 딸 서빈(앞)과 퍼넬러피를 안고 다정한 모습으로 찍은 가족사진. 폭설로 고립된 김 씨 가족 중 부인 캐티 씨와 두 딸은 극적으로 구출됐으나 김 씨의 행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진 출처 www.jamesandkati.com
오리건 주 에서 실종된 재미 한인 제임스 김 씨가 두 딸 서빈(앞)과 퍼넬러피를 안고 다정한 모습으로 찍은 가족사진. 폭설로 고립된 김 씨 가족 중 부인 캐티 씨와 두 딸은 극적으로 구출됐으나 김 씨의 행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진 출처 www.jamesandkati.com
“그는 영웅적인 아버지였다.”

폭설로 고립된 차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 재미 한인 제임스 김(35) 씨의 용기가 미국 대륙을 감동시켰다. 4일(이하 현지 시간) 부인 캐티(30) 씨와 두 딸 퍼넬러피(4), 서빈(7개월) 양은 9일 만에 극적으로 구출됐다. 하지만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가족과 헤어졌던 김 씨의 행방은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헬기 4대와 구조대원 100여 명이 김 씨가 실종된 미국 오리건 주 남부 산악지대의 로그 강 일대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 당국은 상업위성이 찍은 사진 판독 작업도 하고 있다. CNN과 폭스TV 등은 수색 작업을 생중계하다시피 하면서 극적으로 돌아온 김 씨 가족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수색대는 5일 김 씨의 것으로 보이는 바지와 소지품을 발견했다. 의사들은 김 씨가 저체온증 때문에 바지를 벗은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저체온증이 되면 감각이 마비돼 오히려 덥다고 느낀다는 것. 하지만 수색을 지휘하는 브라이언 앤더슨 보안관은 “그는 가까이에 있다. 찾을 때까지 수색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전문 웹진인 CNET의 선임편집자인 김 씨 가족이 포틀랜드의 친구 집을 떠나 샌프란시스코의 집으로 향한 것은 지난달 25일. 하지만 이날 밤 예약한 오리건 주 골드비치의 민박집에는 오지 못했고, 연락이 끊어졌다. 길을 잘못 들었다가 폭설로 막힌 도로에 꼼짝없이 갇혀 버린 것.

오지여서 휴대전화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연료까지 떨어졌다. 밤에는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다. 캐티 씨는 “그런 상황에서도 남편은 침착하게 가족을 이끌었다”고 증언했다.

김 씨 가족은 꼭 껴안은 채 추위와 싸웠다. 차에 있던 유아식품도 떨어지자 캐티 씨는 두 딸에게 모유를 먹였다. 주변의 나무 열매까지 따먹었다. 타이어를 태워 위치를 알렸지만 7일 동안 구조대가 오지 않자 2일 김 씨는 구조를 요청하러 가겠다며 길을 나선 후 돌아오지 못했다.

김 씨 없이 이틀을 더 버틴 가족은 헬기가 다가오자 우산을 흔들어 극적으로 구출됐다.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건강했지만 캐티 씨는 심한 동상으로 발가락 하나를 잘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대원들은 “이런 날씨에 숲 속에서 9일 동안 버틴 것은 놀라운 생존력”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동료들은 그의 생환을 바라는 인터넷 사이트(www.jamesandkati.com)를 만들었다. 1500여 명이 방명록에 위로를 하고 생환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남겼고 900여 통의 e메일이 쏟아졌다. 김 씨는 프랑스어 교사인 캐티 씨와 1999년 결혼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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