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WTO가입 5년…문 열렸지만 문턱은 높다

  • 입력 2006년 12월 9일 03시 02분


11일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143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지 만 5년이 된다. 중국은 이날 과도기를 마감하고 ‘정상’ 회원국이 된다. 지금까지는 개방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회원국 자격이 박탈될 수 있었지만 이제 이 같은 제한이 사라진 것.

5년간 이룬 중국 경제의 발전은 경이로울 정도다. WTO 가입 당시 중국은 ‘늑대가 왔다(狼來了)’고 엄살을 부렸지만 이제는 세계 각국이 ‘용이 왔다(龍來了)’며 탄성과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경제 대국(大國)’에서 ‘경제 강국(强國)’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경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다.

▽“WTO 가입은 제2의 개방”=WTO 가입이 중국에 끼친 막대한 영향은 최근 언론과 학자들의 입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WTO 가입 5주년을 맞아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6일자 분석기사에서 “WTO가 중국을 변혁시켰다(WTO 改變了中國)”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최고 지도자나 중대한 역사적 사건에만 써 온 문구다.

중국사회과학원 세계정치 및 경제연구소 국제무역연구실 쑹훙(宋泓) 주임은 “중국의 WTO 가입은 제2의 개방”이라고 평가했다. 1978년 ‘제1의 개방’에 맞먹을 만큼 중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WTO 가입 이후 중국 경제의 양적 성장은 눈부시다. 2001년 1조3248억 달러(약 1220조 원)로 세계 6위에 머물렀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조2350억 달러로 프랑스와 영국을 제치고 세계 4위로 훌쩍 올라섰다. 연평균 9.5%의 고속 성장이다.

중국의 무역액은 WTO 가입 이후 5년간 연평균 24.6%씩 늘었다. 2001년 5098억 달러이던 무역 총액은 올해 1조7580억 달러로 5년 만에 3.5배로 불어날 전망이다.

올해 2월에는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제일의 외환보유국이 됐다. 10월엔 외환보유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빗장’ 풀었지만 ‘장막’ 여전=중국은 지난 5년간 WTO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무려 2000여 개의 법률과 규정, 조례를 고쳤다.

중국 상무부 진보성(金伯生) 외자부 주임은 “우리는 엄격하게 WTO와의 개방 약속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장한린(張漢林) WTO연구원 원장은 “중국의 개방 성적은 95점 이상”이라고 자평했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도 “종합적으로 말해 중국의 성적은 A+”라고 거들었다.

실제 2001년 15.3%이던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9.9%까지 떨어졌다. 금융과 서비스 분야의 대문도 대부분 열렸다. 11일부터는 인민폐를 이용한 소매금융도 허용된다.

그러나 중국 시장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 외자 기업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소매금융까지 은행업을 개방했지만 합자은행의 외국인 투자 지분은 25% 이하로 묶어 놓았다. 올해 6월 국무원을 통과한 반독점법은 기술력을 갖춘 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막고 있다. 올해 9월부터는 ‘외국투자자 중국 인수합병(M&A)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국가 주요 산업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지 않도록 엄격히 규제키로 했다.

반면 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는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질적 변신, 한국에 주는 시사점=중국은 최근 ‘경제 대국’에서 ‘경제 강국’으로 또 한번의 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경제의 주체는 국영에서 민영으로 바뀌었고, 기계 전자제품이 방직업을 제치고 최대 수출상품으로 떠올랐다.

산업계는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제조 경쟁력 우위에서 기술을 기초로 한 경쟁력 확보로 질적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무작정 유치하던 외국 기업의 투자는 기술 획득을 위한 선별 투자 허용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2001년 468억8000달러에서 매년 큰 폭으로 늘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2004년 606억3000달러를 정점으로 조금씩 줄고 있다.

특히 그동안 외자 기업들에 주어졌던 세제혜택 등 우대가 사라지면서 앞으로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쩌우추취(走出去)’로 불리는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는 2001년 7억9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9억2000만 달러로 4년 만에 8.8배 늘었다.

주중 한국대사관 김두현 재경관은 “WTO 가입 5주년을 전후해 중국 내 투자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진출 비용이 올라가고 중국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를 정확히 파악해 이에 부응하는 전략을 세우고 한중 양국이 갖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유사성을 적절하게 활용해야만 한국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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