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 “국제관계 군사력 사용 원칙 지켜야”

  • 입력 2006년 12월 13일 03시 01분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코피 아난(사진) 유엔 사무총장이 11일 미국 청중을 상대로 한 고별연설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쓴소리를 했다.

이날 미주리 주 인디펜던스에 있는 트루먼 기념 도서관에서 연설한 아난 총장은 부시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라크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분명하게 밝혔다.

아난 총장은 “국제관계에서 법치가 때로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도 법의 지배가 필요하다. 군사력이 사용될 때는 올바른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신뢰를 줘야 세계가 이를 정당하다고 간주할 것”이라고 말해 이라크전을 겨냥했다. 아난 총장은 2년 전에 이라크전을 ‘불법’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아난 총장은 “세계 인권운동의 전위대 역할을 해온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원칙에 충실할 때 미국의 지도력이 유지될 수 있다”며 “미국이 자신들의 이상과 목표를 포기하는 것처럼 비치면 해외의 친구들은 괴롭고 혼란스러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창설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을 거론하며 미국의 역할을 주문했다.

아난 총장은 “트루먼은 안보와 평화는 여러 국가가 함께 노력해야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 때문에 1950년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을 때 이 문제를 유엔에 가지고 와서 결국 미군을 유엔군 산하에 뒀다”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미국이 세계에 보여준 민주주의의 모범은 아무리 힘센 사람도 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최강대국인 미국은 이 원칙을 전 세계에 전파해야 하는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덧붙였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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