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 유엔총장 고별회견 “이라크전 못막은 게 최악의 사건”

  • 입력 2006년 12월 21일 03시 01분


“저는 31일로 임기가 끝납니다. 다음 주부터는 사무실을 비울 때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업무 인수인계에 차질이 없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과 긴밀하게 협력하겠습니다.”

19일 오전 10시 반(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2층 브리핑 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출입기자단과 고별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수단 다르푸르 비극 등 지금 당장 유엔이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며 “상황의 긴급성을 감안해 어제는 반 차기 총장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이라크전쟁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겪기도 했던 그는 이라크전쟁을 막지 못한 것이 임기 중 최악의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아난 총장은 “모두가 이라크전쟁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광범위한 안보 위협에 대해서는 개별 국가가 혼자 행동하기보다는 일단은 기다린 뒤 유엔과 안보리의 합법적인 추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재임 기간 최대 오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이라크 석유-식량프로그램 스캔들’에 대해서도 “감독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평가하면서 “그런데 이 문제를 가지고 유엔을 한꺼번에 매도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석유-식량프로그램은 전쟁 발발 이전 유엔 제재를 받던 이라크에 ‘인도적 물품을 구입한다’는 조건을 붙여 석유를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

그러나 계획 추진 과정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등에게 뇌물이 흘러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난 총장에 대해 퇴진 압력까지 제기됐다.

그는 미국 보수파를 중심으로 유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유엔이 없다면 레바논 사태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누가 중재 역을 맡을 것이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비록 유엔을 떠나지만 앞으로도 빈곤 문제 해결 등 그동안 관심을 기울여 온 과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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