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외국계 은행의 서비스가 중단돼 큰 혼란이 있었고,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홍콩의 금융계는 거의 마비 상태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파손된 해저케이블 복구에는 2주일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 외국계 은행에 직격탄
이번 해저케이블 파손은 특히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에 직격탄을 날렸다. 홍콩과 싱가포르에 전산망 서버를 두고 있는 30여 개 외국계 금융회사 국내 지점들은 27일 전산 장애가 일어나 업무가 전면 혹은 부분적으로 중단됐다.
국내에서 소매 금융 영업을 하는 외국계 은행은 한국씨티은행과 HSBC은행, SC제일은행 등 3곳. 나머지 은행들은 기업금융 위주여서 소매 금융은 취급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은 이날 오전 10시 50분경부터 모든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가 오후 2시 30분부터 우회망을 통해 조회와 당행 이체 등 일부 서비스가 복구됐다. 오후 7시부터는 타행환 거래 등이 추가로 복구됐다. HSBC은행도 오전 11시경부터 인터넷 뱅킹과 일부 창구 업무가 마비됐다. 그러나 국내에 서버가 있는 SC제일은행은 정상영업을 했다.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들도 홍콩 싱가포르 지역 은행과 거래하는 외환 및 외화자금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
○ 홍콩 금융계 마비, 주변국 ‘통신대란’
홍콩 금융계는 한국보다 피해가 더 컸다. 대만과 홍콩 중국 한국 싱가포르를 잇는 통신이 부분적으로 끊어지고 국제금융통신망(SWIFT) 장애로 금융의 ‘물류’인 은행 간 자금결제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홍콩 금융가는 은행들의 결제불능 사태가 기업들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통신망은 우회망 전환으로 즉시 정상화됐으나 대만을 비롯해 홍콩 중국 싱가포르 등 인근 지역은 통신 불통으로 인한 혼란을 겪고 있다.
대만의 경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태국 홍콩을 연결하는 통신망의 98%가 장애를 받고 있다. 홍콩의 통신회사인 PCCW는 “해저케이블 손상으로 한국과 대만, 미국과의 통신에 장애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본토에서도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거나 접속이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
○ 지진으로 해저 지형까지 바뀌어
전문가들은 파손된 해저케이블의 복구에 최소 2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KT 홍보팀의 정준수 상무는 “대부분의 케이블이 국제 컨소시엄 소유라 관련 회사들 사이에 협의가 필요하다”며 “지진으로 해저 지형까지 바뀌어 완전 복구에는 2주일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KT와 LG데이콤 등 국내 해저케이블 사업자들은 현재 파손된 전용회선을 우회 루트로 돌리기 위해 관련국 통신 사업자들과 협상 중이다.
지진으로 피해를 본 해저케이블 복구는 배에서 케이블을 끌어올려 파손 부분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복구작업은 컨소시엄 주관사가 전담하지만 비용은 컨소시엄 지분별로 분담하게 된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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