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문화도 배우고 게임도 즐기고
닌텐도는 왜 고전문학을 게임과 연결시켰을까. 여기엔 닌텐도의 역사와 일본 놀이문화의 오묘한 랑데부가 숨어 있다.
오구라 백인일수는 일본인에게 시보다는 카드놀이로 더 친숙하다. 산장을 장식하려고 종이판에 시를 썼는데 이것이 일본식 카드의 원형이다. 닌텐도는 1889년 화투 제조로 출발한 회사. 전통 카드놀이를 현대 게임으로 구현하는 것은 닌텐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전시관에서 처음 만나는 곳은 1층 중앙전시실. 입구에서 깜찍한 DS라이트를 받고 입장하면 바닥에 45인치 LCD 70대가 깔려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교토 시 전경이 다다미 30장 크기(7.5m×6.5m)에 펼쳐진다.
센서에 작동하는 DS라이트는 일종의 컨트롤러. 자신이 서 있는 TV 위가 어딘지를 알려주고 가고 싶은 곳도 안내한다. 예를 들어 금빛으로 유명한 긴카쿠(金閣)사를 클릭하면 종달새가 나타나 목적지까지 날아간다. 숨은 슈퍼마리오를 찾아보는 건 보너스 재밋거리.
각각의 화면이 하나의 백인일수 카드로 변하면 게임도 할 수 있다. DS라이트에 카드가 뜨면 바닥에서 똑같은 카드를 찾는 것. 누가 많이 찾았는지에 따라 등수도 나온다. 시구가 쓰인 주위 병풍에서는 자동으로 시를 읽고 해설도 해 준다.
무엇보다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좋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이나 전통문화가 생소한 어린이, 일본어를 모르는 외국인도 금방 빠져든다. 안내원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하루 방문객이 1000명 넘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 세대를 아우르는 박물관
다음 코너에선 조그마한 다다미방에 각자 들어가 실제로 카드놀이를 한다. 맞은 편 화면의 시인(컴퓨터)과 바닥 화면에 깔린 카드를 놓고 겨룬다. 시의 전반부를 읽어 주면 이어지는 시구가 적힌 카드를 찾는데, 그것이 전통적인 백인일수 놀이법이다.
그 옆엔 ‘수수께끼 우물’이 있다. 수면에 비친 달이 가라앉을 때까지 다섯 가지 수수께끼를 푼다. 스크린을 건드리면 마치 물을 만지는 것처럼 반응한다.
2층에는 과거에 쓰던 시대별 백인일수 카드가 전시돼 있다. 그 뒤로 넓은 다다미방에는 백인일수와 연관된 유명 시인들의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당시 산장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시구레덴의 야마구치 기미오 대표는 “카드놀이긴 해도 전통역사를 첨단 게임과 연결해 소개한 것은 일본에서도 전례가 없다”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시도일 뿐 아니라 미래 박물관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교토=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전자전문상가 ‘요도바시 카메라’ 통해 본 게임 트렌드
오사카에 있는 우메다 지점만 해도 휴일엔 최대 15만 명이 찾는다. 평일 오전 시간에도 고객들이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설 정도로 인기다.
요도바시 카메라를 통해 본 일본 게임계의 최근 트렌드는 세 가지. 콘솔게임(비디오게임) 플랫폼인 ‘위(Wii)’와 ‘PS3’, 그리고 휴대용 게임기 ‘DS라이트’로 모두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DS라이트는 올 3월에 발매됐지만 재고가 없을 정도다.
최고 인기게임은 ‘두뇌 트레이닝’ 시리즈나 ‘영어삼매경’이지만 한국산 게임도 눈에 띈다. 위 버전으로 나온 ‘스윙골프 팡야’(엔트리브 소프트)는 국내에서 PC용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됐다가 최근 재출시했다. 이달 발매 일주일 만에 2만 개 이상 팔렸다.
스윙골프 팡야는 깔끔한 그래픽에 조작이 쉽다는 게 특징. 요도바시 카메라 관계자는 “요즘 일본은 스윙골프 팡야처럼 누구나 편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게임이 대세”라며 “게임을 즐기면서 지식도 습득하는 분야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오사카=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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