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빨리…” 후세인 사형 임박, 숨죽인 세밑 지구촌

  • 입력 2006년 12월 30일 03시 00분


《‘후세인이 진짜 36시간 안에 교수대에 매달리게 되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 임박설이 급속히 퍼져 나가면서 세계의 눈과 귀가 바그다드로 쏠렸다. 미국 CNN방송은 29일 “후세인이 36시간 내에 처형될 여러 가지 조짐이 보인다”고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방송은 “미 행정부 관계자들에게서 조기 사형집행 계획을 확인했다”며 이라크 정부가 이미 주초에 사형 집행 일정을 백악관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오늘 혹은 내일?=NBC와 CBS 방송, 로이터통신도 익명을 요구한 행정부 및 미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르면 30일, 또는 이슬람 종교행사인 이드가 시작되는 31일 이전에 사형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사형 집행설은 이날 오후 한때 일부 언론이 “이라크 주둔 미군이 후세인의 신병을 이라크 정부에 넘겼다”고 보도하면서 증폭됐다. 이는 형 집행에 앞선 최종 단계여서 사형 임박의 근거로 해석된다.

후세인 측 변호인단은 “후세인이 아직은 바그다드의 미군 크로퍼 기지 내 특별 수감소에 있는 것 같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들은 “미군이 후세인의 개인 소지품을 가져가라고 한 것은 곧 신병을 옮겨 교수형에 처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군은 이례적으로 후세인이 28일 수감 장소에서 이복동생 두 명을 만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변호인들은 후세인이 가족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이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후세인은 이 자리에서 “감옥 안에서 죽어 가느니 적들의 손에 순교하는 것이 낫다. 나는 행복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레프 변호사는 “간수들이 수개월 전 후세인 방에 넣어 준 소형 라디오를 다시 가져갔다”며 “형 집행을 위한 일련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라크 정부는 “보안상 문제”라며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다. 외신들은 “이라크 정부가 사형 장면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하겠지만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숨죽인 세계=하루 이틀 내에 전격적인 사형 집행이 이뤄질지 단언하긴 힘들다. 무엇보다 후세인의 목을 매다는 순간 이라크 내 종파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후세인을 지지하는 바트당은 “처형이 집행되면 모든 평화적 협상을 중단하고 판사들과 미국에 복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시기적으로 사형 집행 강행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국상 기간이다. 영국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휴가로 런던을 비운 상태. 무슬림(이슬람 신자)에게도 성지 메카를 순례하는 종교 행사 ‘하지’가 막 끝나고 ‘이드’가 시작되는 시기다.

후세인 변호인들은 이날 유엔과 아랍연맹을 비롯한 국제단체와 세계 지도자들에게 “후세인의 처형을 막아 달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그들은 “전쟁 포로를 적에게 넘기는 것은 국제조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반응은 아직까지 조용하다. 로마 교황청과 유럽연합(EU) 순번의장국인 핀란드의 에르키 투오미오야 외교장관, 국제 인권감시기구 ‘휴먼 라이츠 워치’가 각각 사형제 반대와 재판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했을 뿐이다.

이라크 종파분쟁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 만큼 미국은 후세인 사형을 앞당겨 후세인 잔존세력을 뿌리 뽑고 국면 전환의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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