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김 일병이 동료 병사와 함께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차량을 타고 순찰을 돌다가 이라크 저항세력이 설치한 폭발물이 터져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김 일병은 외동아들이다. 나이는 20세.
미국에서 교포 2세들을 상대로 발간되는 영문 잡지 ‘코리암 저널’에 따르면 김 일병 부모는 이라크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에는 외아들의 군 입대를 반대했다. 그러나 사춘기를 겪으며 한때 방황도 했던 아들이 인생의 전환점을 찾기 위해 내린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풀러턴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5년 입대한 김 일병은 군 제대 후 돌아와서 대학을 마치고 학위를 딸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뒤 어린 시절인 1990년 이민 온 김 일병은 ‘장호’라는 한국 이름을 고집스럽게 유지했고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던 젊은이였다. 군 입대 이후에는 술도 마시지 않았다.
이라크전에 따른 미군 희생자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3000명을 넘어서면서 김 일병처럼 안타까운 사연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 한국계 미군 희생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펜실베이니아 주 출신의 한인이 이라크에서 숨졌다. 펜실베이니아 주 레비타운 출신인 문재식(21) 하사는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바그다드에서 사망했다.
바그다드 근처에서 작전을 수행하다가 도로에 매설된 지뢰가 폭발해 중상을 입은 뒤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것.
2003년 육군에 입대한 문 하사는 당초 지난해 5월 말 제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방부의 2차 소집 대상으로 분류돼 1년 연장 근무를 하다 사고를 당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인천에서 태어난 문 하사는 두 살 때 미국에 건너온 1.5세. 그도 외동아들이다.
아버지 문영환 씨는 “아들이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오후 7시경 이라크에서 전화를 걸어와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문 하사는 부모와 통화한 지 10시간도 안 돼 숨졌다.
2004년 12월 7일 이라크에서 숨진 김인철 상병(본보 2005년 10월 28일자 A28면 보도)의 사연도 애절하다. 작전을 수행하다가 트럭이 전복되면서 차에 깔려 숨진 김 상병도 외동아들이다. 당시 나이는 23세.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2001년 해병대에 입대했던 그는 이라크로 떠나기 전에 아버지에게 특별한 선물을 남기고 갔다. 평소 아버지의 자동차가 자주 고장 나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그는 현대자동차 엑센트를 아버지에게 선물했다. 결국 자동차는 그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 됐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