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사형집행 후 사흘간 산발적인 움직임에 그쳤던 수니파들의 항의 시위가 3일 한층 거세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후세인의 출생지인 오우자와 티크리트에선 수천 명의 군중이 모여 "말라키(이라크 총리)는 미국의 첩자" "이란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공포탄을 발사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이라크 정부는 2일 휴대전화 반입 및 촬영경위, 일부 집행인이 교수대 위에 선 후세인을 조롱한 경위를 조사할 3인 위원회를 구성했다.
노코멘트로 일관해온 미국 행정부도 "사실 미국은 사형집행에 반대했다"고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관리는 이날 뉴욕타임스 회견에서 "미국은 이라크 정부의 통보를 받고 '30일은 이슬람 축제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의 첫날이며, 헌법상 논란이 남아 있으므로 집행을 보류해 달라'고 29일 밤 늦게까지 전화통화를 통해 말리키 총리를 설득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헌법상 사형집행은 대통령과 부통령 2명의 재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라크 최고법원은 사형을 확정하면서 "대통령단의 재가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적시해 논란을 빚어 왔다.
이 관리는 "사형집행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대법원장에게서 문서로 확약받고 아드하 축제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말리키 총리는 '대법원장의 구두 동의를 받았다'며 뜻을 꺾지 않아 주권존중 차원에서 물러섰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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