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 강 “연해주 정착 고려인들 한-러 가교역할 할 것”

  • 입력 2007년 1월 4일 20시 21분


동북아평화연대(이하 '동평') 우수리스크 지부에서 근무하는 고려인 니콜라이 세르게예비치 강(67·사진)은 연해주 주 정부와 우수리스크 시 청사를 매일 같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고려인 이주를 돕기 위해서다.

연해주 농업대학 전임 교원까지 지낸 엘리트인데다 러시아와 한국어에 능통하고, 러시아와 고려인 사회의 사정을 모두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강원도 통천군 송전읍이 고향으로 고등학교 재학 중 6·25 전쟁이 터지자 러시아 군인을 따라 러시아로 와 바이칼 호 부근의 브리야트 농업대학을 졸업했다.

우수리스크의 한 봉제공장에서 부사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3년 전 동평에 들어와 근무하고 있는데 급여가 낮아 사실상 '자원 봉사'를 하는 셈이다.

재외 동포 행사 참석차 최근 한국에 온 그는 인터뷰에서 "오래 동안 잊었던 고국에서 찾아와 헌신적으로 고려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어렵사리 후원금을 보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연방정부나 연해주 주정부가 고려인 이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해결할 과제도 많다"고 말했다. 각 지를 떠돌던 고려인들 중 출생증을 잃어버린 사람이 많아 신분 확인이 안돼 '임시 거주 등록'을 받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애로사항 중 하나. 러시아에서는 거주 등록이 안 되면 내외국인 모두 이주를 할 수 없다.

그는 또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하려면 은행 잔고가 미화 기준 1000 달러(약 92만원)가 있어야 해 부담이 되고, 거주 국가에서 범법 사실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한국 기업들의 연해주 진출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교류가 늘어나면 연해주 고려인들은 중국 내 조선족들이 한-중 사이에서 했던 것과 비슷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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