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의회 ‘의원 윤리규정’부터 손봤다

  • 입력 2007년 1월 6일 03시 03분


美 하원 의사봉 여성이 쥐다 4일 개원한 제110회 미국 의회가 민주당 낸시 펠로시 의원(가운데)을 만장일치로 의장에 선출해 첫 여성 하원의장 시대가 열렸다. 펠로시 하원의장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의원들의 자녀와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인 채 의사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美 하원 의사봉 여성이 쥐다 4일 개원한 제110회 미국 의회가 민주당 낸시 펠로시 의원(가운데)을 만장일치로 의장에 선출해 첫 여성 하원의장 시대가 열렸다. 펠로시 하원의장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의원들의 자녀와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인 채 의사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새 의회의 개회식은 축제 분위기였다. 그리고 개회식이 끝나자마자 강도 높은 의원윤리규정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확 바뀐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민주당이 12년 만에 상하원을 장악한 제110회 미 의회가 4일(현지 시간) 개회해 2년 회기에 들어갔다. 새 의회 출범이 이라크, 북한 핵 문제에 미칠 영향을 놓고 이날 워싱턴에선 많은 전망이 쏟아졌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주) 의원은 이날 의원들의 호선을 통해 만장일치로 하원의장에 선출됐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은 미국 내 권력서열 3위로, 미국 역사상 최고위직 여성이 됐다.

펠로시 의장은 6명의 손자와 함께 본회의장에 있다가 의장 선출이 확정되자 손자들을 껴안았다. 양당 의원들의 기립 박수와 포옹을 받으며 연단에 오른 펠로시 의장은 의사봉을 넘겨받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연설했다.

“지금 이 순간은 의회와 이 나라 여성에게 역사적인 순간이다. 우리가 200년 이상 기다려 온 순간이다. 딸과 손녀들을 위해서 오늘 우리는 ‘대리석 천장’(성차별로 인한 여성의 승진 제한을 나타내는 ‘유리천장’이란 표현을 바꾼 것)을 부쉈다. 이제 우리 딸과 손녀들에게 남은 한계는 하늘밖에 없다. 모든 게 가능하다.”

이날 상당수 의원이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을 동반했고 방청석엔 유명 연예인도 여럿 있었다.

○…하원은 이날 밤 의원윤리규정 개정안에 대한 토론에 들어가 430 대 1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새 규정은 하원의원이나 직원이 로비스트나 외국정부 대리인, 로비스트의 고객으로부터 선물이나 여행을 제공받는 것을 금지한다. 의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비행기를 탈 수 없으며 외부에서 경비를 대는 여행은 사전에 하원윤리위의 승인을 받고 공표되어야 한다.

이보다 훨씬 약한 내용의 윤리규정안이 지난해 5월 상원에서 논의되다가 의견이 엇갈려 무산된 것을 상기하면서 공화당의 짐 맥거번 의원은 “선거의 힘이 무섭긴 무섭다”고 말했다.

하원은 5일에도 펠로시 의장이 ‘개회 후 100시간(회기 기준) 내 완료해야 할 과제’로 제시한 최소임금 시간당 7.25달러로 인상, 대학학자금 대출금 이자 인하, 석유회사에 대한 보조금 지원 중단 등의 입법을 논의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이라크 주둔 미군의 책임 있는 재배치가 필요하다”며 이라크 정책의 대변화를 요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새 의회 출범을 맞아 3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문을 보내 “의회의 세력 판도에 변화가 일어났으나 미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위한 정책과제는 변하지 않는다”며 “대테러 전쟁에서의 승리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감세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한편 우드로 윌슨센터의 로버트 해서웨이 아시아담당 국장은 맨스필드재단 기고문에서 “행정부가 외교안보정책을 전담하기 때문에 의회가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의 변화를 압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민주당이 전반적인 자유무역정책 기조를 후퇴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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