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미국의 제안은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결정하기에는 벅찬 내용'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송 장관은 지난 1일 연합뉴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안에 대한 질문에 "워싱턴 수뇌부의 뜻이 북한에 전해진 것"이라며 "그 내용은 북한의 6자회담 대표가 베이징에서 소화하기엔 너무 크다"라고 말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5일 "북한 실무진이 협상장에서 수용하기에는 다소 크고 구체적인 제안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면서 "북한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워싱턴 회담이 끝난 5일(현지시간)에도 "북한이 미국 측 제안에 건설적 반응을 보여 온다면 한미 양국은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듣기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알려졌던 '패키지 딜' 외에 모종의 혁신적인 제안이 이뤄져 북한이 현재 고민 중이며, 만일 북한이 건설적 반응을 보이면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미국의 `패키지 딜'은 5차 2단계 6자회담에 앞서 지난해 11월 말 열린베이징 북미 회동에서 김계관 부상에게 충분히 설명된 것으로 알려져 6자회담 테이블에서도 북한에게 그리 낯설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파격 제안이 있었다면 이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북핵폐기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북미 간에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작업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핵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북미 간에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인식하에 이를 회복하기 위해 작년에 북한이 추진했지만 미국이 거부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을 이번에는 미국이 먼저 제안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 장관의 전격적인 방북, 혹은 제3국에서 북한 고위 인사와의 회동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송 장관이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간 신뢰구축을 위한 인사교류 가능성에 대해 "중위급, 고위급, 더 고위급 등이 다 가능하다는 탄력적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이 현재 진행 중인 포괄적 방안의 핵심"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아울러 중국이 6자회담에서 구성을 제안한 여러 실무그룹 중 '한반도 평화체제'를 연구할 그룹을 빨리 가동시켜 휴전협정의 종전협정 대체 등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송 장관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전협정 문서화는 핵폐기 과정에 꽉 물려서 갈 필요는 없다"고 밝힌 것도 해석에 따라서는 핵폐기가 난항을 겪더라도 (북한이 바라는) 종전협정 문서화는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외교소식통들은 '패키지 딜' 외에 다른 파격 제안이 현실적으로 구체화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까지 나온 카드 외에 다른 획기적인 것은 없다"면서 "다만 지금까지 나온 카드를 미국이 정교하게 나열했으며, 특히 북한의 핵폐기 이행에 대한 대가를 구체적으로 정리한 것이 새롭다면 새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상이 결정하기에 벅찬 내용'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도 그는 "기술적으로 미국의 제안에 대해 결정할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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