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감옥 떠나며 교도관에 감사”

  • 입력 2007년 1월 8일 03시 00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최후를 앞둔 마지막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뉴욕타임스가 7일 다각도로 인터뷰해 후세인 처형 전후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교수형 집행일인 지난해 12월 30일 새벽. 미군 교도관이 후세인을 깨워 옷을 갖춰 입으라고 했을 때만 해도 후세인은 그저 늘 있는 일로 여겼다. 미국이 이라크 종파분쟁의 협상카드로 자신을 끝까지 살려 둘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라크 수감자를 관리하는 ‘태스크포스 134’부대 대변인은 “후세인이 감옥을 떠나면서 자신이 받았던 처우에 대해 교도관과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에게서 자신의 신병이 이라크 정부에 넘겨진다는 통보를 받은 순간 후세인의 환상은 깨졌다.

사형 집행 65분 전, 헬기에 실려 이라크 측에 감독권이 넘겨지자 후세인의 표정은 심하게 굳어졌다. 후세인은 오래 전부터 미군 교도관에게 “나는 이라크인보다 미국인을 더 신뢰한다”고 말하곤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조기 사형 집행을 두고 미국과 이라크 간에 벌어진 심한 갈등도 소개했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28, 29일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측에 후세인 처형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당시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와 조지 케이시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이 모두 휴가로 이라크를 비우는 바람에 미국의 대응은 난맥상을 보였다.

미국이 쉽게 결론을 못 내린 이유는 2가지. 이라크 최고 지도부의 3인위원회(대통령, 총리, 최고법원 수석판사)가 사형을 허용해야 하는 이라크 헌법상 요건 및 종교휴일 기간에는 사형 집행을 금지하는 후세인 정권 시절의 법령이었다.

그러나 말리키 총리는 후세인 사형 조기집행 방침을 꿈쩍 않고 고수했다.

사형제 반대론자인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재가를 거부했지만 “정부가 밀고 나간다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서한에 서명했다. 서명을 거부하는 최고법원 수석판사에겐 시아파 고위 성직자를 동원해 압력을 가했다.

또 이라크 정부 측은 휴일 사형금지 법령은 2003년 미군에 의해 효력이 정지된 이래 다시 법제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9일 밤 칼릴자드 대사는 워싱턴에 이라크 총리의 결의를 전달했고 결국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청신호’를 보냈다. “미국은 이라크의 상고법원이 아니다”라는 결론이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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