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니슬라브 빌구스(67) 바르샤바 대주교는 이날 자신의 대주교 서품식 미사를 위해 모인 신자들 앞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는 “내 개인 상황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사임을 결정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미사에 참석한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과 일부 신자는 그의 발표에 박수를 보냈지만 대부분의 신자는 “안 된다” “우리와 함께해 달라”고 외쳤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로마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가 빌구스 대주교의 사임을 수락했다고 확인하며 새 대주교가 임명될 때까지 전임자인 요제프 글렘프 추기경이 직위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6일 교황청이 빌구스 주교를 바르샤바 대주교로 임명한 뒤 빌구스 대주교가 과거 20년간 공산정권 비밀경찰의 정보원 노릇을 했다는 언론의 의혹이 잇따랐다.
이어 교회역사위원회도 5일 빌구스 대주교가 비밀경찰에 협력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의혹을 부인했던 빌구스 대주교는 1978년 서독 유학 허가를 조건으로 비밀경찰에 협력하겠다는 합의서에 서명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어떤 정보를 제공하지도, 누구를 해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가톨릭교회는 1980년대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함께 자유노조 운동을 지원하는 등 공산정권 붕괴에 큰 역할을 했으나 1989년 공산통치가 종식된 뒤 일부 사제나 공직자들이 과거 비밀경찰에 협력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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