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7개월 동안 영국 런던의 밀레니엄 돔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이집트 투탕카멘 유물전이 카지노라는 암초에 부딪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소년 파라오(왕) 투탕카멘의 저주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영국 정부와 문화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파라오의 저주 운운하는 것도 그리 유쾌하지 않은 데다 35년 만에 찾아온 투탕카멘 대박의 꿈이 사라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1972년 런던 대영박물관(브리티시 뮤지엄)에서 열린 투탕카멘 전시에는 무려 170만 명의 관람객이 몰렸기에 영국 정부는 더욱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그 발단은 밀레니엄 돔의 미국인 소유주 필립 안슈츠(미국 AEG·안슈츠 엔터테인먼트 그룹 대표) 씨가 돔 내부에 라스베이거스식의 초대형 카지노를 세울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영국 문화부와 함께 이번 전시를 준비해 온 안슈츠 씨의 속내는 투탕카멘 관람객을 카지노로 끌어 들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겠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이집트 문화재위원회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도박장에 투탕카멘 보물을 전시한다는 것은 투탕카멘의 위엄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카지노 건설을 철회하지 않으면 투탕카멘 유물을 결코 대여하지 않겠다.”
애가 타는 것은 안슈츠 씨가 아니라 영국 정부다. AEG를 제외하곤 밀레니엄 돔과 그 일대를 활성화해 주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2000년 1월 1일을 맞아 런던 그리니치 지역에 세운 밀레니엄 돔은 밀레니엄 행사 이후 전혀 사용되지 않은 채 유지비만 들어가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영국 정부 내에서도 카지노 허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파라오의 저주 때문”이라는 무서운 소문이 나돌기 시작해 영국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1922년 영국인 이집트 학자 하워드 카터가 투탕카멘 무덤을 발굴한 직후, 발굴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하나둘 목숨을 잃은 것처럼 투탕카멘이 또다시 영국을 저주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도박은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들어 이집트의 태도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카지노 건설 계획이 철회되지 않는 한 이집트의 태도는 변할 것 같지 않다. 이집트의 고고학자이자 문화재위원회 사무총장인 자히 하와스가 2006년 초 카지노 휴양지에서 투탕카멘 문화재를 전시하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의를 곧바로 거부한 바 있기 때문이다.
파라오의 저주, 과연 사실인가
1922년 영국의 이집트 학자 하워드 카터가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한 직후 불길한 소문이 떠돌았다. 무덤 돌문에 ‘이 문으로 들어가는 자, 저주가 있으리라’는 내용의 글이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무덤 문을 연 날, 카터의 애완용 새가 코브라에게 잡아먹힌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에는 코브라가 새겨져 있었다. 발굴 비용을 댔던 영국의 후원자 카나본 경은 모기에게 얼굴을 물려 병이 생기고 갑작스레 죽는다.
마침 카이로 시내의 전기도 모두 나간다. 투탕카멘 황금 마스크에도 모기 물린 위치와 같은 곳에 균열이 나 있었다. 그리고 투탕카멘 미라의 뼈를 X선으로 조사하던 전문가도 세상을 떠난다. 이 같은 일련의 죽음은 정말로 파라오의 저주 때문이었을까. 전문가 사이에선 우연의 일치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카터를 포함해 발굴 참가자 가운데 오랫동안 생존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는 점이 그 첫번째 이유.
최근엔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도 저주가아니라 무덤 속 유독 물질아니 세균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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