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국익 챙기는 ‘포커페이스’ 네그로폰테 내정자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0분


‘이념보다는 실질적 해법을 중시하는 보수적 국제주의자. 포커페이스에 능숙한 47년 경력의 외교관.’

미국 국무부의 한반도 정책을 사실상 책임지게 될 존 네그로폰테(68·사진) 부장관 내정자. 그를 묘사하는 미 언론의 표현은 이렇게 요약된다.

그가 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가다듬을지 내다보는 일은 쉽지 않다. 그가 유엔 대사와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내면서 내놓은 한반도 관련 발언은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이라크 전쟁에 골머리를 앓은 데다 정보수집 실패를 거듭해 온 정보기관 개혁 문제에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된 탓이다.

그는 지난 3개월간 5, 6차례 공개발언을 했다. 워싱턴 뉴욕 보스턴에서 재단, 연구소, 대학을 방문해 연설했다. 그러나 한반도 관계 발언은 12월 1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생들의 질문을 받았을 때가 유일하다. 그나마 준비된 모두발언이 아니라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었다.

그는 북한의 위협을 묻는 질문에 “평양은 구매를 희망하는 어느 나라에나 탄도미사일을 팔아왔고, 핵 물질을 외부에 유출하겠다고 협박해 왔다”고 답했다. 북한의 안보위협 중 ‘대량살상무기 수출’에 무게를 둔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7월 11일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 참석해 안보 평가를 내놓았다. 상당부분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에 북한에 관한 부분은 ‘북한에는 핵 물질이 있고, 핵 물질을 운반할 미사일 능력도 있다. 두 가지가 결합되면 심각한 위협이다’라고 말했다는 정도만 확인됐다.

결국 그는 북한의 안보위협을 심각히 비판하는 전통적 보수주의적 시각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5년 12월 비공개리에 한국을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했고 정동영(통일부) 반기문 송민순(외교통상부) 장관을 워싱턴에서 만나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일부 관여했다. 그러나 논의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그리스 선박 재벌의 아들로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최고의 길을 달려왔다. 부촌인 뉴욕 맨해튼의 파크 애버뉴에서 성장했고 명문인 필립스 아카데미(엑시터) 고교를 다녔다. 예일대와 하버드 법대를 거쳐 1960년 국무부에서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1981년 이후 대사직에 올라 온두라스(레이건 행정부) 멕시코(아버지 부시 행정부) 필리핀(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 종결협상 때 헨리 키신저 당시 국무장관의 참모로 활동했다. 그러나 훗날 “북베트남과의 협상이 자유 베트남의 입지를 약화시켰다”며 키신저의 활동을 내부 비판해 승진 누락이라는 손해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그를 아는 대부분의 외교관은 “포커페이스에 능하고 미국의 정책과 이익에 충실한 교과서형 외교관”으로 평가한다. 유엔주재 캐나다 대사를 지낸 폴 하인베커 씨는 2005년 3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책이 100% 충분한지, 50% 충분한지 절대 드러내지 않았고, 미국 대표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평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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