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싱글 라이스 전쟁 아픔 알겠나”

  • 입력 2007년 1월 15일 02시 54분


‘결혼을 안 한 싱글 여성은 전쟁의 아픔을 이해 못한다?’

미국의 새 이라크 전략을 둘러싼 미혼 여성 장관과 기혼 여성 의원의 설전이 페미니즘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발단은 바버라 박서(캘리포니아 주·민주) 상원의원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던진 날선 질문에서 비롯됐다. 박서 의원은 11일 상원 국제관계위원회 청문회에서 라이스 장관에게 “누가 전쟁의 비용과 부담을 지불하느냐”며 “가족이 없는 당신은 (아들의 죽음 같은 정신적 고통 등) 특별히 부담할 것이 없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어 박서 의원은 “내 자식들은 너무 늙었고, 손자 손녀들은 너무 어리기 때문에 내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며 “이를 짊어지는 것은 미군과 그들의 가족들”이라고 지적했다.

싱글 여성이라는 사생활을 공격당한 라이스 장관은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들이 어떤 아픔을 겪는지 잘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그 어떤 노력으로도 그들의 아픔을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박서 의원이 “그게 논의의 핵심이 아니지 않느냐”며 말을 잘랐다.

라이스 장관은 13일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교장관과의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계속되자 큰 한숨을 쉬고는 “싱글 여성도 전쟁을 이해할 수 있고, 희생 없이 얻어지는 가치는 없다는 것도 안다”고 답했다. 그는 “이런…. 싱글 여성들에 대한 인식이 이것보다는 나아진 줄 알았는데”라고 푸념했다.

이 논쟁이 알려지자 공화당 의원과 보수 언론들은 “여성의 난소 문제까지 건드리는 천박하고 비열한 발언”이라며 일제히 박서 의원을 비난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페미니즘 발전을 크게 후퇴시킨 터무니없는 공격”이라고 논평했다.

지나치게 싱글 여성을 공격했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박서 의원은 “미군과 가족의 희생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라이스 장관에게 사과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강조하고자 했던 바를 말했을 뿐”이라며 사과할 뜻이 없음을 비쳤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