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F 케네디·1961년 쿠바 반체제 세력들이 미군 지원하에 쿠바를 침공했다가 실패한 피그 만 사건이 불거졌을 때)》
잘못을 사과하기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이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더욱 그렇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자칫 신뢰를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새로운 이라크 전략을 발표하면서 ‘일부’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라크전이 전반적으로는 올바른 결정이었다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뉴욕타임스가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계기로 14일 역대 미국 대통령의 사과발언을 분석했다.
대표적인 ‘성공한 사과’로 소개한 사례는 이란 콘트라 사건이 드러난 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사과. 적대국인 이란에 무기를 판 대금으로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한 사실이 들통 나자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가슴(heart)과 같은 단어를 사용해 사과발언을 감성적으로 포장했다. 이후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사후조치를 깔끔하게 취한 그는 ‘책임질 줄 아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망명자로 특공대를 조직해 쿠바를 침공한 피그 만 사건이 실패로 돌아가자 “내가 정부를 대표해서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오히려 인기가 올라갔다.
반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하자 관련 참모진을 사퇴시키고 “철저히 진실을 밝히겠다”고 사과했으나 얼마 후 이 발언 자체가 거짓말로 밝혀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신뢰의 상처를 입고 하야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과는 일반 미국인과 언론의 평가가 엇갈렸다. 그가 르윈스키 스캔들을 사과하자 미국 언론은 “사과 연설이 최악이었다”고 비판했지만 보통의 미국인들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그만하자”고 받아들였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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