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서 분리 독립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전에 없이 강하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6개월 동안의 설문조사에서 스코틀랜드인의 분리 독립 지지율은 계속 상승해 왔다.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12일 밝힌 조사 결과에서는 스코틀랜드인 51%, 잉글랜드인 48%가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찬성했다. 반대한 사람은 각각 36%, 39%였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주장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나아가 웨일스와 북아일랜드의 분리 독립 주장도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영국’이라는 한 나라 안에 속해 있지만 주민 정서를 보면 다른 나라로 보는 게 옳다는 지적도 있다.
잉글랜드와 별도의 축구협회와 대표팀을 구성한 웨일스 축구팀이 경기를 할 때 웨일스 주민들은 영국 국기 유니언잭 대신 웨일스 깃발을 흔든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가 격돌했을 때 스코틀랜드인은 대부분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
이런 분위기는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가 치러지는 5월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을 강력하게 주장해 온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NP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분리 독립 찬반 투표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브라운 장관은 토니 블레어 총리의 뒤를 이어 스코틀랜드 출신으로는 최초로 영국 총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인물.
그는 지난 주말 “영국이 발칸 반도처럼 될 수가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주장이 거세지면서 잉글랜드인의 분리 요구 목소리마저 높아졌기 때문. “영국에 편입해서 단물을 다 빨아 먹고 나니까 이제 독립하려 한다”며 스코틀랜드를 헐뜯는 목소리도 커졌다.
브라운 장관은 “계몽주의시대를 함께 보냈고 세계대전도 함께 치른 공동의 역사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독립할 경우 스코틀랜드의 금융 산업은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분석가들은 스코틀랜드인의 독립 주장이 최근 높아진 배경에 반(反)이라크 전쟁 정서와 반노동당 기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독립 자체를 지지한다기보다는 블레어 정부에 대한 반발 여론이 ‘독립 지지’로 표출되는 양상이라는 것.
SNP가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정도의 압승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스코틀랜드 독립 논의가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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