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주미 대사관에 따르면 이 대사의 지방출장 때 ‘첫 행사’는 그 지역의 6·25전쟁 참전기념비에 헌화하는 일이다. 이달 중순 샌디에이고 방문 때도 그랬고, 지난해 12월 몬태나 주 빅스카이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에 참석했을 때도 그는 협상장에서 350km 떨어진 미줄라를 찾았다. 이 대사는 워싱턴의 6·25전쟁 기념공원에 매주 수요일 새 화환을 가져다 놓는 일을 2005년 10월 부임 이래 계속해 왔다.
그는 미줄라에서 참전용사 14명을 만나 “오늘의 한국은 여러분이 목숨 걸고 싸워준 덕분에 존재할 수 있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협찬한 휴대전화를 선물했다. “한국기업이 이렇게 크게 성장한 것 역시 여러분의 희생 덕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여든을 바라보는 참전노병들은 “6·25전쟁이 잊힌 전쟁(forgotten war)으로 불리지만 이 대사를 보니 결코 그렇지 않은 듯하다”고 화답했다고 대사관 측은 전했다.
이 대사의 참전비 헌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시 FTA 협상장 주변에서는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직원 2명이 “우리 아버지도 참전용사다. 대사의 연설을 전해 듣고 아버지 생각이 났다. 눈물이 나 혼났다”고 말했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촉구하기 위해 나온 농축산업 이익단체(American Farm Bureau) 직원 2, 3명도 “사실은 우리 아버지도…”라고 나선 것이다.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발전한 한국의 상징물처럼 된 휴대전화를 협찬 받아서 이 대사가 참전용사에게 직접 전달한 것만 지난 6개월 동안 50개가량 된다”고 말했다.
김승련 워싱턴=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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