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섬이 예전부터 중국의 영토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른바 ‘대만공정’에 중국 대륙이 올해 초 박차를 가하자 대만은 최근 출판한 국사교과서에서 아예 중국사를 떼어버렸다.
양측의 역사 전쟁은 대만을 독립국가로 볼 것이냐 아니냐는 근본적인 분쟁에서 시작된 것으로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민주진보당이 대만에서 집권하는 동안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부터 독립 선포?=29일 대만과 홍콩 언론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본국사 상, 하’로 돼 있던 고교 역사교과서를 최근 ‘대만사’와 ‘중국사’로 이름과 편제를 모두 바꿨다고 보도했다.
올해 봄부터 사용하는 교과서의 본문도 크게 바뀌었다. 본국(本國), 아국(我國), 대륙이라는 표현은 모두 ‘중국’으로 대체됐다. ‘우창(武昌) 기의(起義)’와 ‘광저우(廣州) 기의’ 등 국민당 봉기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성격의 단어인 ‘기의’는 중립적인 단어인 ‘기사(起事)’로 바뀌었다.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이 모두 국부(國父)로 불러온 쑨원(孫文)은 대만에서 ‘국부’라는 호칭을 잃게 됐다. 한(漢)나라의 흉노 ‘정벌’은 ‘공격’으로 바꿨다. “진시황이 6국을 멸하고 천하 통일했다”는 문구는 천하 통일을 뺀 뒤 “진시황이 6국을 멸했다”고만 기술했다.
더는 중국사를 대만의 역사로 보지 않겠다는 취지다.
▽“대만은 중국 땅”―중국, 대만공정 박차=중국은 최근 대만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 일부로 바꾸기 위한 ‘대만문헌사료공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베이징의 중국역사연구소와 푸젠(福建) 성의 샤먼(廈門)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공정에 따라 최근 400년간의 대만 역사를 분석할 각종 문헌자료가 집중 수집되는 중이라고 신화통신이 최근 전했다.
중국 정부는 내년까지 이들 자료를 총망라해 1억5000만 자 550권 분량의 책으로 펴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대만 독립을 저지하기 위한 이론적 무기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배경과 전망=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은 줄기차게 대만의 독립을 추구해 왔다. 특히 2005년 5월 민진당 소속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취임한 이후 대만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만과 중국은 별개의 나라”라고 천명해 중국을 자극했다.
그러나 대만은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포하지 않고 있다. ‘중화민국’이라는 국호 역시 ‘대만공화국’으로 바꾸지 않은 채 계속 사용 중이다.
하지만 대만은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2008년 8월 개최되는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대만이 ‘뭔가 일을 저지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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