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부드러운 엄마예요” 힐러리- 펠로시 ‘모성’ 강조

  • 입력 2007년 1월 31일 03시 00분


여권 신장과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미국의 여성 정치인들이 그동안 감추어온 부드러운 모성을 전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왼쪽 사진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의료보험 적용을 전체 어린이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표한 뒤 여자 아이를 정겹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 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아래)이 의원들의 자녀와 자신의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여 의사봉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여권 신장과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미국의 여성 정치인들이 그동안 감추어온 부드러운 모성을 전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왼쪽 사진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의료보험 적용을 전체 어린이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표한 뒤 여자 아이를 정겹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 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아래)이 의원들의 자녀와 자신의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여 의사봉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내가 여자라는 사실, 내가 엄마라는 사실은 나를 설명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나는 다섯 남매를 키웠고,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남성 못지않게 강인하고 터프하게 보이려고 애써 온 미국의 여성 정치인들이 이제는 모성을 앞세워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30일 보도했다.

미국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힐러리 의원은 최근 아이오와 주를 방문해 아이를 키워 본 엄마임을 내세우며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힐러리 의원은 국정 수행 능력을 이미 검증 받은 상태여서 오히려 차갑고 강한 이미지를 누그러뜨려야 할 처지다. 최근 CBS 여론 조사에서는 남성 응답자의 64%, 여성 응답자의 74%가 힐러리 의원의 강점으로 ‘강한 리더십’을 꼽았다.

펠로시 의장은 처음 의사봉을 잡던 날 손자들을 데리고 나와 할머니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펠로시 의장의 e메일 뉴스레터는 ‘집에서 집으로 보내는 편지(House Calls: From The House to Your House)’다. ‘하원’을 ‘The House’로 표기하는 점을 재치 있게 이용한 것. 일부 선거 전략가들은 펠로시 의장의 할머니 이미지가 낙태 옹호와 감세 반대를 주장하는 강경 진보파의 이미지를 ‘물 타기’하려는 계산된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이처럼 ‘모성 정치’가 대두하게 된 배경은 고위직에 오른 유능한 여성들이 늘어나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는 고정관념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라는 점에서는 지지도가 바닥을 기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차별화할 필요도 있다. 앞길이 험난한 이라크전쟁과 극렬한 정파 대립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성을 무기로 접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성 정치의 선두에 선 힐러리 의원과 펠로시 의장이 민주당원이라는 점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민주당은 안보나 외교보다 교육 복지 등 국내 문제에 치중해 ‘엄마당’이라는 놀림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젠 당의 색깔이 여성적이라는 기존의 콤플렉스를 떨치고 모성 정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한편 진보 성향의 주간지 ‘네이션’의 편집장 카트리나 반덴 호이벨 씨는 “내가 존경하는 펠로시 의원이 하원의장 직을 수행하던 첫날 전통적인 여성처럼 보이려고 왜 그렇게 애를 썼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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