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농촌 ‘겉치레 공정’…실적의식 빚 내가며 마을 치장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줄줄이 늘어선 우아한 2층 빌라, 마을 앞 분수대, 채색 블록으로 포장된 마을 길.’

유럽의 호화 빌라촌이 아니다. ‘스타 샤오캉(小康·중산층 수준) 촌’으로 불리는 중국 푸젠(福建) 성 장저우(장州) 시 핑허(平和) 현 반쯔(阪仔) 진 시컹(西坑) 촌의 모습이다.

신농촌 운동을 한다며 기존 주택을 모두 별장처럼 단장한 이 마을은 겉으로 보기엔 너무도 아름답고 평안해 보인다.

그러나 40여 농가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들이 주택을 개량하며 진 빚이 무려 130여만 위안(약 1억5600만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농가당 빚이 3만2500위안. 지난해 중국 농촌 주민 1인당 평균 순수입이 3587위안이어서 10년간 안 먹고 안 입어야 갚을 수 있는 액수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쓰촨(四川) 성 찬양(綿陽) 시 농업과학기술시범구의 5개 별장구역에 사는 농민들은 새로 지은 호화주택의 융자대금을 갚느라 하루 세 끼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신농촌 운동이 농촌 실정이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지방 간부들의 실적을 쌓기 위한 ‘치적(政績) 공정’, ‘겉치레(形象) 공정’으로 흐르고 있다고 런민(人民)일보의 인터넷 뉴스인 런민왕(人民網)이 최근 보도했다.

신농촌 운동은 장기간에 걸친 소득 향상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지방 간부들이 단기간에 실적을 내기 위해 주택 개량 등 ‘겉치레 사업’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

특히 농민을 골병들게 하는 이런 겉치레 사업이 ‘모범 사례’로 둔갑해 다른 지방까지 전파되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런민왕은 전했다.

이에 따라 신농촌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1년이 돼 가는 요즘 농촌에서는 신농촌 운동은 당 간부나 하는 것이지 농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마샤오허(馬曉河) 부원장은 “일부 지역에서 신농촌 운동이 겉만 번지르르한 당 간부 중심의 형식주의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중앙 정부는 신농촌 운동 첫해인 지난해 지원자금으로 3397억 위안(약 40조7640억 원)을 투입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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