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통찰에 또 놀랍니다

  • 입력 2007년 2월 15일 02시 56분


전 세계 60여 국가에서 6억 명이 시청했던 미국 TV 과학시리즈 ‘코스모스’의 진행자 칼 세이건(1934∼1996·미국) 박사가 혼란에 빠진 인류에 다시 말을 걸었다.

세이건 박사의 부인이자 동료인 앤 드린 씨는 1985년 세이건 박사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가진 기퍼드 강연 ‘우리가 누구인지를 찾아서’를 최근 책으로 엮었다. 책 제목은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신을 찾아서’. 세이건 박사는 생전에 이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코스모스’의 속편인 TV 시리즈 ‘에토스’를 계획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드린 씨가 세이건 박사 사후 10년이 넘어 이 책을 펴내기로 한 것은 9·11테러 이후 종교적 원리주의의 득세 및 진화론에 가해지는 공격을 보며 ‘갈릴레오 시대 이후 지켜져 온 과학과 종교 사이의 휴전이 깨졌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는 1년 전 코넬대를 찾아가 1000여 개의 파일 상자를 뒤져 세이건 박사가 생전에 ‘에토스’란 항목으로 분류한 원고를 찾아냈다. “얼마나 통찰력으로 가득 찬 글이었는지 믿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드린 씨는 다음 날 펭귄사 편집장을 만나 출간을 결정했다. 책 제목은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저서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본떠서 지었다.

세이건 박사는 19세기 이래 자연신학(신의 계시에 의존하지 않고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는 신학)을 다룬 이 책에서 “과학이 우리를 교만으로 이끌지는 않는다”며 “그것은 지적인 경배(informed worship)”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우주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 우주에 우리의 감정을 투입하지 않고 과학적 발견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용기 있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 박사는 세이건 박사의 책 서문에서 “천문학자는 기독교나 이슬람교의 성직자보다 더 경건해질 수밖에 없는 대상을 갖는다.…천문학자에겐 우주가 있는 것”이라며 세이건 박사의 업적을 기렸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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