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친환경 유턴…‘온난화’ 대선 이슈로, 나몰라라 옛말

  • 입력 2007년 2월 28일 02시 59분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면서 지구 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태도로 일관해 오던 미국이 바뀌고 있다.

‘바뀐 미국’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은 26일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와 텍사스 퍼시픽그룹이 미국 최대 전력회사인 TXU를 320억 달러(약 30조 원)에 인수한 것.

부채 120억 달러를 포함하면 인수금액이 총 440억 달러로 사모펀드의 기업인수 역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거래는 ‘친환경 인수 협상’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TXU는 당초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환경단체들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KKR 등은 이번 거래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석탄 화력발전소 추가 건설계획을 취소한다고 약속한 것.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거래를 ‘지구온난화를 위한 미국 내 투쟁에서 분수령을 이루는 빅딜’로 평가했다. CBS방송도 26일 저녁 메인 뉴스를 통해 “TXU 인수와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은 이제 미국이 환경문제에 있어서 변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대기업들도 바뀌고 있다. 듀폰과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은 ‘미국기후변화대처파트너십’을 구성해 미국 의회에 대해 탄소배출 한도를 정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대선 후보 중에서도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등이 모두 환경문제를 주요 어젠다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환경문제가 뜨기 시작한 것은 미국인들이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겪으면서 지구온난화를 엄포가 아닌 ‘실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문제가 본격 부각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조차 올해 1월 의회 시정연설에서 처음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언급하기도 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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