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외 핵연료, 기술도 판매 급증=미국 발전설비 회사인 웨스팅하우스사는 지난해 12월 19일 원자력발전기 4대(80억 달러어치)를 중국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다른 업체는 러시아 국영 아톰 스트로이 엑스포르트(ASE)사와 프랑스 아레바사. ASE는 중국 동남해안 지역에 원자로 4기를 설치한 실적이 있었다. 아레바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앞세워 치열한 로비를 벌였다.
러시아 원자력청은 낙찰에 실패하자 ‘중국 톈완(田灣) 지역의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은 러시아 회사의 몫’이라고 주장하며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90억 달러짜리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수주한 실적을 과시했다. 원전 설치를 둘러싼 국가 간 거래와 로비전이 급격히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도 지난달 26일 ‘리투아니아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 함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연료도 자주 국가 간 거래 품목으로 떠오른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일본이 우라늄 재농축을 러시아에 위탁할 것이라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중국은 상하이(上海) 북쪽 톈완 발전소에 사용될 핵연료를 러시아에서 공급받을 예정이다.
원전 건설에 따른 핵 기술이전도 활발하다. 파키스탄은 중국 기술자의 지원을 받아 원전을 건설 중이며 브라질도 독일 기술을 도입해 안그라 3호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 같은 거래를 부채질하는 요인은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 부족과 근래의 고유가. 전력의 74%를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만성적인 에너지난을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 연료와 설비 수입을 서두르고 있다.
중화궁상(中華工商)시보는 중국이 2020년까지 매년 2, 3기의 원자로를 새로 가동해도 총발전용량이 전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폴란드 등 동구권 국가들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러시아의 가스와 석유 수입을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한반도 주변도 위험지역=국가 간 원자력 발전설비와 연료 거래는 국내 건설에 비해 몇 배 더 큰 위험을 동반하며 주변국에도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핵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핵 물질 이동에 따르는 위험이 크다. 러시아 핵 전문가 이반 사프란추크 모스크바군사정보센터소장은 “원자력의 국가 간 거래는 자국 내 건설에 비해 운송 수단 사고나 테러로 핵 물질이 유실되거나 빼앗길 확률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 주변 해역과 상공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러시아의 원자력 거래에서 핵 물질이 지나가는 경유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톈완 발전소의 핵연료는 선박에 실려 블라디보스토크-서해를 거쳐 중국으로 이동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러시아의 우라늄 농축 거래가 성사될 경우에도 핵 물질이 북한과 가까운 해역이나 상공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거래에서 상업적 이윤추구 동기에 따라 사고 예방 설비나 안전장치에 대한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러시아 ASE는 2004년 파산 직전에 몰린 바 있으며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원전 수출에 눈을 돌렸다. 전문가들은 “이런 회사가 해외에서 안전한 시공과 설비에 돈을 얼마나 들일까”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문제 해결능력에 대한 실험=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홈페이지에서 “신형 원자력 장비는 고성능 고출력이므로 한 번 사고가 나면 피해범위가 워낙 넓어 속수무책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톈완에서 지을 1000MW급과 같은 신형 원전 사고의 피해범위는 사방 100km에 이른다. 사고가 나면 1만5000명이 방사능 노출로 즉사하고 100만 명의 암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러시아 핵무기 전문가 블라디미르 드보르킨 정책연구소 고문은 1일 “원전 거래 증가에 따른 새로운 위험은 핵무기와는 다른 차원에서 국가 간 문제 해결능력을 실험하는 소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수입국 시설에 대한 주변국의 교차 점검과 환경단체 등에 대한 정보 공개를 허용하라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