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한 청년이 어두운 방 안에서 쉬지 않고 뭔가를 만지작거린다.
얼핏 오렌지색 끈으로 보이는 것은 오래된 러시아제 폭탄과 기폭장치를 연결하는 전선. 그는 수많은 박격포탄과 지뢰를 결합한 뒤 이를 모두 전선으로 연결했다. 수많은 폭탄을 도요타 차량에 옮겨 실은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차량을 몰고 나섰다. 얼마 뒤 미군 군용 지프 이동 지점으로 향한 도요타 차량은 검붉은 빛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이는 알 카에다가 ‘급조폭발물(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을 제작하고 활용하는 과정을 담은 선전용 동영상이라고 미국 ABC방송이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윤장호 하사의 목숨을 앗아간 자살폭탄테러도 바로 이런 과정을 거친 것. IED 제작이 이처럼 손쉽게 이뤄진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다.
이 방송 고문인 예비역 장성 윌리엄 내시 씨는 화면을 지켜본 뒤 “오래된 폭탄들이 잘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수많은 폭탄이 함께 터지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폭탄테러는 지난해 139건으로 전년도보다 5배 이상 늘어났다.
알렉시스 드뱃 닉슨센터 수석연구원은 “청년이 폭탄을 만들고 그 폭탄으로 자신의 목숨이 곧 사라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이 평온해 보인다는 게 놀라울 정도”라며 “알 카에다가 이런 테러범이 줄지어 서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동영상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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