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시청료 의무화’ 무산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1분


일본 정부와 방송계 사이의 알력과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방송법 개정안에 공영방송 NHK의 숙원인 ‘시청료 의무화’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총무성은 당초 시청료를 20% 내리는 대신 납부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삽입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하시모토 겐이치(橋本元一) NHK 회장이 1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시청료 20% 인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자 의무화를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복심(腹心·속마음을 읽어 내는 측근)’을 자처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무상이 방송법 개정안의 실무주역인 방송정책과장을 1일 갑자기 교체한 점도 눈길을 끈다.

마이니치신문은 스가 총무상의 조치에 NHK를 ‘반(反)개혁세력’으로 몰아붙임으로써 아베 내각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일반 국민이 NHK 직원들의 공금유용 문제 등으로 큰 반감을 갖고 있어 스가 총무상의 노림수는 먹혀들 가능성이 크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중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40대에서는 시청료가 필요 없다는 여론이 모두 60%를 웃돌 정도다.

그러나 친 방송계(界) 성향인 자민당 ‘방송족(族)’ 의원들의 대부로 통하는 가타야마 도라노스케(片山虎之助) 참의원 간사장이 방송정책과장 교체 인사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서 스가 총무상은 여권 내부의 갈등부터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민방들도 방송윤리 문제를 놓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후지TV계열이 방송한 건강프로그램이 일부 건강식품의 효과를 날조하거나 과장한 사실이 올해 들어 잇따라 드러난 것이 발단. 일본민간방송연맹은 1일 민방과 NHK로 구성되는 제3자 감시기관 ‘방송윤리·프로그램향상기구(BPO)’의 기능 강화를 뼈대로 한 재발방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날조방송 사건을 계기로 감독 강화를 검토하는 총무성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방들은 “공권력이 방송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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