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황제’…상류층 자녀들 양육비 年1억 육박

  • 입력 2007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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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사는 이렌 스미스 씨는 7세 난 딸 아멜리아를 스페인어 사립학교에 등록시켰다. 수업료는 연간 1만3500달러(약 1270만 원). 앞으로 성공하려면 스페인어가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일주일에 한 번씩 900달러를 주고 스페인어 가정교사를 뒀다. 두 달 동안 코스타리카와 멕시코 여행도 보냈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미국 상류층에서 자녀 양육비가 크게 증가해 17세가 될 때까지 100만 달러 이상이 드는 ‘밀리언 달러 키즈’가 늘고 있다고 3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내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 싶다’는 부모의 욕심이 만들어 낸 미국판 ‘소황제’인 셈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소득 수준 상위 3분의 1 이내인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2005년 기준) 한 명을 17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추산한 결과 총 27만9450달러(약 2억6350만 원)로 나타났다. 이 신문은 여행비 등 정부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비용까지 자체 집계한 결과 양육비가 77만6000달러(약 7억3200만 원)∼160만 달러(약 15억1000만 원)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자녀 양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교육비. 상류층 자녀 10명 중 1명은 사립학교에 진학한다. 자녀의 적성과 특기를 살리고 인성교육을 하고 싶다면 교육비는 더 늘어난다.

자녀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고 싶다면 휴가도 1830달러의 일주일 국내 여행에서 디즈니월드 여행(5000달러)으로 바뀐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부모가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과 사치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소비가 자녀들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 준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자녀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워싱턴의 라파예트 공립학교의 게일 린 메인 교장은 “부모가 짜 준 시간표대로 움직이면서 예전에 비해 독립성이 떨어지는 아이가 많다”고 꼬집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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