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변호사 “‘범죄자 길거리 망신주기’는 인격모독”…쟁점화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선전경찰은 지난해 11월 100여 명의 윤락녀와 상대 남자들을 길거리에 끌고 나와 망신을 줬다. 사진 출처 인터넷 사이트 ‘진양왕’
선전경찰은 지난해 11월 100여 명의 윤락녀와 상대 남자들을 길거리에 끌고 나와 망신을 줬다. 사진 출처 인터넷 사이트 ‘진양왕’
지난해 11월 말 중국 선전(深(수,천)) 시내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선전 시 경찰이 100여 명에 이르는 윤락행위 범죄자를 줄줄이 수갑을 채워 시내 거리를 끌고 다니며 망신을 준 것.

죄인을 거리에서 끌고 다니며 망신을 주는 이 처벌은 중국에서 ‘유제스중(遊街示衆)’으로 불린다. 범죄인의 인격에 모독을 가함으로써 범죄의 예방 효과를 높이자는 것이 목적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은 이를 감옥에 가는 것보다 더 치욕으로 느낀다.

이 같은 처벌 방식은 법률상으론 이미 불법이다. 1984년 11월 중국은 기결수든 미결수든 범죄인의 인격을 모독하는 이런 행위의 금지령을 내렸다. 중국 정부는 이후에도 1998년 6월까지 4차례나 추가 금지령을 내렸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 같은 반문명적 행위가 계속되자 상하이(上海)의 야오젠궈(姚建國) 변호사는 지난해 말 전국인민대표대회에 공개적으로 서한을 보내 이 문제의 공론화에 나섰다.

그는 ‘유제스중’이 ‘치안 관리를 할 때 인권을 보장하고 공민의 인격적 존엄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치안관리처벌법’ 제5조, 나아가 ‘국가는 인권을 보장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헌법 제33조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범죄연구학자에 따르면 이런 처벌은 범죄 예방 및 재발 방지와 아무런 상관도 없다. 인격을 모독당한 범죄인은 자포자기의 심정이 돼 보복심리만 커진다는 것이다. 또 이런 야만적인 처벌은 현대 법치국가의 사법문명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다.

전국인대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자 중국 정부는 11일 ‘유제스중’을 앞으로는 엄격히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예전과 달리 사법부 공안부뿐 아니라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까지 연명으로 금지령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 금지령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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