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는 대북 금융제재 실무책임자인 대니얼 글레이저 부차관보를 17일 마카오에 보내 BDA 은행 불법 행위의 구체적인 물증을 마카오 당국에 제시할 예정이다. 미국의 제재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 중국 및 마카오 당국을 설득하겠다는 것.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마카오 당국이 결정을 내리려면 우리가 물증(forensics)과 분석(analysis)을 통해 축적한 모든 정보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시할 물증은 100달러짜리 초정밀 위폐인 ‘슈퍼노트’ 조사 결과 및 BDA 은행이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거래에 관련된 북한의 단천상업은행과 얼마나 밀접히 거래해 왔는지에 대한 자료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BDA 은행은 2005년 6월 미국이 단천은행을 WMD 판매 연루 기업으로 지정했는데도 그해 9월 제재 조치가 취해지기 사흘 전까지 단천은행과 거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이 같은 내용을 조목조목 제시할 경우 북한 계좌 2400만 달러를 다 풀어 주고 BDA 은행도 살리고 싶어 하는 마카오 당국도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BDA 은행은 마카오 금융권의 끝에서 네 번째 정도 규모인 작은 은행이지만 마카오 당국으로선 이 은행의 청산이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계좌를 부분 해제해 줄 경우 BDA 은행이 청산된 뒤 나머지 돈의 처리도 골칫덩이가 된다.
중국 정부가 미 재무부 발표에 반발한 이유도 이런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표면적 태도와 속내는 다르다는 것이 정통한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엔 이미 큰 틀의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17일 베이징에서 “솔직히 나는 BDA은행 문제는 다 해결됐다고 생각한다. 6자회담에 어떤 부정적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계좌 처리라는 부담스러운 결정을 마카오 당국에 떠넘기는 식으로 결론내린 것이 못마땅하지만 6자회담의 큰 장애물이 일정표대로 해결 국면으로 접어든 데 대해 안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강하게 유감을 표시한 것은 북한을 의식해야 하는 데다 미국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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