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BDA 신경전 ‘찰떡 궁합’에 균열

  • 입력 2007년 3월 17일 03시 00분


BDA회장 “법적 대응”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모기업인 델타아시아 금융그룹의 스탠리 아우 회장은 16일 마카오 소재 BDA은행 행정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재무부의 BDA은행에 대한 제재조치와 관련해 “BDA은행은 어떤 범죄활동에도 연관된 바 없다”며 미국 측 조치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마카오=연합뉴스
BDA회장 “법적 대응”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모기업인 델타아시아 금융그룹의 스탠리 아우 회장은 16일 마카오 소재 BDA은행 행정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재무부의 BDA은행에 대한 제재조치와 관련해 “BDA은행은 어떤 범죄활동에도 연관된 바 없다”며 미국 측 조치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마카오=연합뉴스
중국 베이징(北京) 2·13합의 이후 ‘찰떡궁합’을 과시해 온 미국과 중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처리를 놓고 신경전에 돌입했다.

미 재무부는 대북 금융제재 실무책임자인 대니얼 글레이저 부차관보를 17일 마카오에 보내 BDA 은행 불법 행위의 구체적인 물증을 마카오 당국에 제시할 예정이다. 미국의 제재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 중국 및 마카오 당국을 설득하겠다는 것.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마카오 당국이 결정을 내리려면 우리가 물증(forensics)과 분석(analysis)을 통해 축적한 모든 정보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시할 물증은 100달러짜리 초정밀 위폐인 ‘슈퍼노트’ 조사 결과 및 BDA 은행이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거래에 관련된 북한의 단천상업은행과 얼마나 밀접히 거래해 왔는지에 대한 자료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BDA 은행은 2005년 6월 미국이 단천은행을 WMD 판매 연루 기업으로 지정했는데도 그해 9월 제재 조치가 취해지기 사흘 전까지 단천은행과 거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이 같은 내용을 조목조목 제시할 경우 북한 계좌 2400만 달러를 다 풀어 주고 BDA 은행도 살리고 싶어 하는 마카오 당국도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BDA 은행은 마카오 금융권의 끝에서 네 번째 정도 규모인 작은 은행이지만 마카오 당국으로선 이 은행의 청산이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계좌를 부분 해제해 줄 경우 BDA 은행이 청산된 뒤 나머지 돈의 처리도 골칫덩이가 된다.

중국 정부가 미 재무부 발표에 반발한 이유도 이런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표면적 태도와 속내는 다르다는 것이 정통한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엔 이미 큰 틀의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17일 베이징에서 “솔직히 나는 BDA은행 문제는 다 해결됐다고 생각한다. 6자회담에 어떤 부정적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계좌 처리라는 부담스러운 결정을 마카오 당국에 떠넘기는 식으로 결론내린 것이 못마땅하지만 6자회담의 큰 장애물이 일정표대로 해결 국면으로 접어든 데 대해 안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강하게 유감을 표시한 것은 북한을 의식해야 하는 데다 미국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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