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명에 이르는 ‘학생’은 초중고교 재학생이나 대입 재수생이 아닌 현역 교사들이다.
이들은 학원에서 학생에게 말을 거는 법에서부터 눈을 맞추거나, 심지어 교실에 들어가는 방법, 출석을 부르거나 효과적으로 칭찬하는 법, 칭찬할 때의 어조나 칠판 앞에 섰을 때 몸과 시선이 향하는 곳 등 ‘강의 노하우’를 시시콜콜한 대목까지 배운다.
회당 3시간씩 총 30시간으로 짜인 이 수업의 수강료는 3만5000엔(약 28만 원)에 이른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본의 공교육이 사교육에 한 수 가르침을 청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공사립 중고교들이 보충수업을 입시학원에 외주(아웃소싱)하는 현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와세다 아카데미도 2005년부터 도쿄 미나토(港) 구, 지난해부터는 도쿄 아다치(足立) 구 공립 중학교의 보충수업을 맡고 있다.
이 학원이 현역 교사 대상 강의를 개설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보충수업이었다. 와세다 아카데미 소속 강사들의 수업에 감탄한 학교 관계자들에게서 ‘강의 노하우’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상업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공교육이 사교육에 머리를 숙여가면서 학력강화에 나서는 현상은 5, 6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일본 교육당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수업시간 단축과 학습내용 평이화 등을 뼈대로 한 ‘유토리(여유라는 뜻) 교육’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학교 일선에서는 유토리 교육이야말로 일본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이상이라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평가는 다르다. 지지통신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일본 학부모 10명 중 8명이 유토리 교육 노선을 수정해야 하며 부적격 교사를 퇴출하기 위한 ‘교원면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폭발 직전인 학부모들의 분노 앞에 체면이고 뭐고 가릴 여유가 없는 게 일본 공교육의 현주소다.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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