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할 수 있는 '기상 이변'이 부쩍 늘면서 그 주범으로 꼽히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상학회 주최로 2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및 사회경제적 영향과 대응 방안' 학술 심포지엄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미국 워싱턴 대 대기과학과 데니스 하트만 교수(58·사진)는 기후 변화의 세계적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 심포지엄에 앞서 20일 그를 만났다.
인터뷰 서두에 지구온난화가 빙하기를 가져온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할리우드 재난영화 '투모로우'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는 "영화개봉 전 동료 기상학자들과 함께 제작사가 초청한 시사회에 참석했었다"며 미소 지었다.
"무척 재미있게 보았지만 과학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아서 동료들과 웃어 넘겼죠. 온난화로 남·북극의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차가와지고 해류의 흐름이 바뀌어 지구가 빙하로 뒤덮인다는 설정은 물리적인 열역학법칙으로 보면 있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진행이 심각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기상이변이 일어날 때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이런 분석에 동의하시는지요.
"최근 기상이변이 잦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더 많은 더위와 가뭄, 홍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3년 여름 유럽의 살인적인 무더위는 너무 특이한 현상이어서 온난화와 연관 지어 추정하고 있죠. 하지만 모든 것을 지구온난화의 탓으로 보기에는 명확한 상관관계 규명이 더 필요합니다."
-온난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기상이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도 확실치 않다면 좀 안심해도 되는 것은 아닌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알다시피 온난화의 원인은 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의 증가입니다. 이산화탄소는 한 번 배출되면 100년 동안 대기에 남아 영향을 미치는데 지금도 이산화탄소 배출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현재의 증가 속도가 계속되면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은 4도 높아집니다. 2만 년 전 빙하기와 현재의 온도 차이가 그 정도입니다. 지구가 지난 2만 년 동안 겪은 기후 변화가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이 늘어나면서 200년 동안 일으킨 변화와 맞먹는 셈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후손들에게 반영구적인(semi permanent)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어떤 변화가 예상됩니까.
"벌써 해수면 온도에 민감한 산호초들이 죽고 있습니다. 온난화가 앞으로 100년 동안 계속 진행된다면 저지대인 미국 플로리다나 방글라데시 등의 해수면이 1~2m 높아질 수 있습니다. 태평양에서는 작은 섬나라가 정말 침몰할 수 있고요. 기온이 높아지면 물의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일어납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변화는 어떻게 될까요.
"이 지역 전문가는 아니지만 온난화의 영향은 위도가 높은 나라와 대륙이 더 많이 받습니다. 한국은 중위도에, 아시아 대륙에 붙어 있기 때문에 지구 평균보다는 더 빨리 영향을 받을 겁니다."
-미국 공화당 정부는 온실가스배출 감소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과학자여서 정치적인 논평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온실가스와 온난화의 관계를 부인해왔지만 조금씩 태도가 변하고 있습니다.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가에는 가치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사라져가는 산호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지, 싼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화석연료 사용이 지금은 값싸 보여도 나중에 그로 인해 발생할 비용까지 생각하면 더 비쌀 수도 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 말고는 온난화를 막을 방법이 없나요.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잡아서 땅속이나 바다 밑에 묻는 탄소격리(carbon-sequestration)라든지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성층권에서 에어로졸을 쏴서 태양 복사열을 차단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건 화산폭발로 생긴 재로 대기 온도가 조금 낮아지는 효과를 응용한 것입니다. 심지어 우주에 거울을 설치해 태양복사의 효과를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성공한다 해도 기후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예상 못한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용 문제도 생각해야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아직 온난화가 초기단계고 인류가 후세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물론 북극곰들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올해 기온은 어떨 것 같은가요.
"(웃으며) 기상학자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대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농담을 한답니다."
김기현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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